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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의 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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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35회 작성일 20-04-13 18:53

본문

사형수의 미녀

사내의 시퍼런 칼날이 도심의 협곡을 횡단하던
지하철의 심장을 찌르고
승객들의 핏물이 객실 의자를 붉은 비명으로
물들일 즈음이었다
설겅설겅 심해의 물빛 구치소를 탈옥한 사형수의
기억 속으로
울혈진 바람 한 점이 날아와 내려앉는다

십 년 전
사형수는 미녀를 사랑했다
하지만 미녀는 사형수를 증오했다
사랑은 증오를 낳고
증오는 죄를 낳고
죄는 살인을 낳고
살인은 죽음을 낳고
죽음은 부활을 낳고
부활은 사랑을 낳고

신도림역 19번 게이트
잰 걸음으로 달아나는 미녀의 뒷덜미를
탈옥수의 시퍼런 칼날이 뒤쫓기 시작한다

간발의 차이로 미녀를 놓친 탈옥수의
눈빛 속으로 열차의 굉음이 부서지고
술에 취한 그날 밤
탈옥수는 결국 체포되고 말았다

거짓말처럼 아침해가 뜨자
새벽 물 안개에 젖은 구치소 철조망에도
봄은 오고
독방에 갇힌 사형수의 이마에도 봄꽃의 향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달포 후  
지하철 연쇄 살인범은
실제 사형으로 삶을 종료했다

그의 유언은 이러했다
부활의 사랑처럼
사랑으로 가는 죽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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