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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너프 필름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410회 작성일 20-04-17 20:44

본문

  스너프 필름

 

 

  여객기가 추락했다

  모두가 죽었죠

  어쩌면 이미 공중에서

  서로를 깨물어 죽여버렸을 지도

 

  모르죠

  추락은 너무 순식간에 일어났고

  절망할 시간조차 부족했던 것 같으니까

 

  나의 진짜는 공중에서 처음으로 나는 법을 깨달은 그 한 순간, 새가 아닌 기분을 이해했을 때;

 

  부검의는 일말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날갯죽지의 부자연스러운 접착흔이나

  다문 입술에서 묻어나온 살점으로부터

 

  태어났습니다 저들은 제물이 되기 위해 짓이겨진 사람들 폭력에서 발생해 재난 속으로 흩어지는

 

  세계는 파장이 일치하는 다른 장면들

 

*

 

  이제 오만한 왕은 죽었습니다

    

  겨울이 시작됩니다

  그대여 우물을 무너뜨릴 필요는 없었습니다

 

*

 

  구름이 얼어 큰 새가 되었다

 

  새의 뼈

  물이 되어 사라지는

  화학적인 짐승들

 

  평행한 다른 하늘에서 새는 다른 새에게 잡아먹힌다

 

  전쟁 속의 알려지지 않은 작은 투쟁들과

 

  무심코 테러를 반복하는

  육식의 미싱링크

 

  외계의 운석을 타고 온 신인류新人類 같았죠 추락하는 장면만을 교차편집해서 상영합니다 이곳에서는 아무도 죽지 않습니다

 

댓글목록

창동교님의 댓글

profile_image 창동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기혁님의 시를 기다렸었는데..
역시나 두고두고 볼만큼 커다란 작품 하나를 쓰셨군요..
감사합니다..
올해는 큰 일을 내시리라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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