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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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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황소sksm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90회 작성일 20-05-01 18:43

본문



나팔꽃 사랑 /  노금영





담벼락은 견고하여 빈틈이 없어 보이지만

어느 날 참새가 물어다 놓고 간

나팔꽃씨는 흙 몇 개 물고

물 한 방울도 들어갈 수 없는 촘촘한

틈새를 비집고 봄날 슬며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나는 오늘도 출근길을 멀리 돌아서

두 배나 되는 길을 더 돌아서

담벼락을 타고 올라온 나팔꽃을 본다


오늘 꽃잎은 새록새록 나오고 있고

그 다음 날은 튼실한 꽃대를 만들던니

더 많은 잎을 만들고 있었다


꽃대는 어느새 내 키만큼 자라

담벼락을 붙들고 올라 오면서 몸집은 불어나 있고

한 차례 비가 지나가고 또 한 차례 바람이 불고

또 한 나절 햇볕이 지나가고 있을 때,

꽃 봉우리를 맺고 있던

나팔꽃은 터질 듯이 부풀어  올라 있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나는 그곳에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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