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멜랑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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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멜랑꼴리 / 백록
멜랑멜랑한 생각들이 사뭇 꼴리는 계절이다
올레 담장 위로 장미들 흥분하는 시간
와락 붙들고 냉큼 꺾고 싶은
까치발의 꼬락서니
그날의 조바심은 어느덧 퇴색해버린
노파심의 오늘이다
대뜸, 와려대지 말라*시며
크면 저절로 알게 된다며 호되게 나무라시던
채찍질 같은 할망의 꾸중을 소환하는
지금의 난, 클 만큼 컸는데
가을 들녘 조코고리*처럼 익을 대로 익어
고개를 푹 숙이는 세월인데
그런 조의 이삭은 결국 하나님께 바쳐지고
그가 새(鳥)로 환생하였다면
의심 많은 무신론의 혹자들
과연, 믿을까
믿거나 말거나
마침, 이 오월 초입의 저 하늘은
그 기운을 아는 듯 모르는 듯
마구 꾸물거리는구나
울컥, 하는 순간
오르가슴 같은 장대비
잔뜩 사정하려나
흥건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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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급하다는 말의 제주어 '와리다'에서 파생된
'조급하게 굴지 말라'는 의미
* 조코고리: 조 이삭을 뜻하는 제주어
댓글목록
한뉘님의 댓글

계절의 여왕답게
세월이야 어찌할 수 없지만
마음이야 언제나 청춘인것을ㅎ
이제야 조금은 가두었던 빗장을 살짝 열고
바라보는 일상이지만 모쪼록 느슨하더라도
천천히 열리는 계절이길 소망해 봅니다
백록님의 2막 시작임을 아뢰며^^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하늘이 연 이틀 꾸물거립니다
왈칵, 쏟아질 듯
하여, 어리러운 것들
다 물러가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브루스안님의 댓글

삶에 지친 욕망이 불끈 솟는 느낌임다
노벨문학상 추천드립니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죄다 헛소리겠지요
아무튼 겨드랑이가 가렵긴 한데
ㅎㅎ
이것도 역시 개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