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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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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2회 작성일 20-05-09 10:39

본문

백록의 전설 / 백록


 
하늘이 열리고 땅이 갈라지던 시절
바당 한가운데로 불현듯 솟아오른 엄청난 불꽃이 하나 있었지
식어 우람한 산으로 터를 잡았는데
후세 사람들 이를 할락산이라 불렀지
그때는 때를 가늠하기 어려운 때라
어림, 하늘만큼의 천만 년 전이라 얼버무리다
오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백만 년 전쯤이라 가늠하지
 
수천 년을 피어오른 연기가 구름으로 잔뜩 구르던 날
맨 먼저 이곳으로 내려와 당신의 정원을 꾸미던 옥황상제의 따님인 설문대할망이 그리운 하얀 노루가 따라 내려왔지
거기는 하늘 맞닿은 숨골, 그 영봉의 연못에서 한동안 머물렀지
삼백예순날 삼백예순 오름을 성큼성큼 돌아댕기는 할망의 거동을 살폈지
트멍트멍 하늘과 땅을 오르락내리락했지
 
지금도 서늘해지는 계절이면
희끗한 당신의 자취가 울컥울컥 얼씬거리지
그 기스락으로 서린 눈빛이 어른거리지
하얀 그리움을 품고
 
오늘처럼 더운 공기가 흐르는 날이면
구름 속으로 숨어들어 여기를 살피고 있을
당신은, 훗날 구천을 떠도는 나에게
여태 알지 못한 당신의 큰 비밀을
천기로 세세히 전하겠지

이래 저래 의심 많은 혹자들은 
이 전설을 희여뜩헌 소리라
실컷 씨부리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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