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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낡은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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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피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5회 작성일 20-05-11 14:45

본문

나는 낡은 것이 좋다
아마 내가 낡은 사람이라 그럴 거다

나는 낡은 것이 좋다
아무리 새 것이 나와도 하루 지나면
낡은 것으로 전락하는데도
감히 낡다고 말할 수가 없어서 그저
낡았음을 부정하는 부조리가
그가 너무나도, 말할 수도 없이 좋다

나는 낡은 것이 좋다
자고 나면 위대해지고, 혹은 초라해지는
이 낡고 고매한 진리를 끌어안고
외줄 위에서 새우잠을 자는 행태가
조금만 흔들려도 떨어지는, 흔들리는
그를 흔드는 행위가 내게는 그저 예술이다

나는 낡은 것이 좋다
새 물건은 나오는 순간 낡을 뿐이다
세상의 모든 물질이 물체가 되고
물체가 인간을 이롭게 또는 해롭게 하든
그리고 제 쓰임이 어쨌든 간에
결국 흐르고 흘러 바다로 가는 것이 좋다

나는 낡은 것이 좋다
내가 옛날부터 진작에 낡은 사람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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