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내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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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피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5회 작성일 20-05-16 02:57본문
침대가 내 화분이라, 자고 나면 물도 주지 않았는데 중력 따라 이동하는 잔뿌리를 쥐어뜯으며 일어나야만 하네
채집과 수렵은 역사책에도 나오지 않게 됐으니, 식물인간의 범위는 더욱 넓어져 루 게릭이 소송을 불사할 지경이지
내 사는 곳은 이십 층짜리 아파트, 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발모가지가 뜯어질세라 구름 밟듯 걸어도 소용이 없네
나는 물을 찾으려고 뿌리를 내리지 않았고 다만, 이 바닥과 지경과 도시를 갈아마시기 위해 움직일수록 억세졌지
적응은 나태의 변호인이니까, 낯설수록, 이방인일수록, 그 어디에도 속할 수 없을수록 오히려 부지런한 사람이야
그렇지만 퍽 섭섭하게도, 언어조차 익숙해지는데 조합마저 틀에 박혔으니 인제 뭘 어떻게 진술할지도 모르겠어…….
채집과 수렵은 역사책에도 나오지 않게 됐으니, 식물인간의 범위는 더욱 넓어져 루 게릭이 소송을 불사할 지경이지
내 사는 곳은 이십 층짜리 아파트, 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발모가지가 뜯어질세라 구름 밟듯 걸어도 소용이 없네
나는 물을 찾으려고 뿌리를 내리지 않았고 다만, 이 바닥과 지경과 도시를 갈아마시기 위해 움직일수록 억세졌지
적응은 나태의 변호인이니까, 낯설수록, 이방인일수록, 그 어디에도 속할 수 없을수록 오히려 부지런한 사람이야
그렇지만 퍽 섭섭하게도, 언어조차 익숙해지는데 조합마저 틀에 박혔으니 인제 뭘 어떻게 진술할지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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