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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148회 작성일 20-05-19 00:52

본문



내 어머니는 석류알을 낳으셨나 보다. 


나는 시들어가는 열매 껍질 안에 찬란한 꽃잎을 열어 본 적 없다. 


축축한 부엽토 위에 무릎 세우고 쭈그려 앉아, 

언젠가 수국꽃잎들이며 아주 발그레한 다알리아꽃잎들 사이로 신비한 언어처럼 

외계어에 가까운 싱싱한 비늘의 탄력으로 그 아이가 오리라

상상하였던 적은 있다.  


나는 주홍빛으로 투명하며 견고한 원을 이루어 풀잎 끝을 아슬아슬 굴러다녔다. 

내 어머니는 아마 폭주하는 은하수 속에서 간신히 풀잎을 이룬 천 조각들을 끄집어내어 

나를 기워내셨던 것 같다. 


그리하여 세포들조차 청록빛인 그 어느 어둠 속에서,

여기 나를 각혈해 놓았던 그 어머니는 누구셨나 

내 감각 속에 그 궁금함을 깊이 파묻었던 것이다. 

 

어릴 적 꽃말을 모르던 그 마을에 놀러가 어린 마음에 바라보던 하늘이 균열 없이 참 아팠다.


우산을 펼쳤고 시야는 한없이 막막한 손금 안에 젖어오는 햇빛에 가렸다. 

  

파란빛깔은 메스처럼 내 젖빛 손등에 예리한 금을 그었다.    


그러면 그 아이는 흙 묻어 더러운 치마를 활짝 올리고 

풀숲 안으로 들어가 쪼그려 앉아 오줌을 누는 것이었다.


나는 그 아이가 청록빛 풍선처럼 부풀어 

그 확장해 가는 황홀 속에 간절한 언어를 채워넣지도 못하고

가는 철조망에 빨간 녹이 나날이 퍼져 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따가운 개미들이 내 안구 위로 기어올라왔다. 

생경한 리듬으로 

그 아이가 내게 웃었다. 

흩어져 떨어지는 음표들 사이로 

빨간 가을이 한 점에 모여 농익어 가는

작은 꼬추가 나는 따가왔다.


표정 없는 대리석 조각처럼 

누군가 그려 놓은 그 아이의 얼굴은 

저절로 벌려진 입 안에 주홍빛으로 견고한 석류알을 깨무는 듯 보였다. 

나는 두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고 소리를 질렀다. 


그 아이는 

마치 두고 가는 것이 없나 

마지막으로 둘러보며 괴로워하는 것처럼,

투명한 손으로 내 표정을 어루만지는 것이었다.

 



댓글목록

이장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석류로  이런 근사한 시가 나오는 군요.
시를 무척 잘 빚으시네요.
눈이 호강하고 갑니다.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코렐리 시인님.

너덜길님의 댓글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솔직히 시의 내용은 완벽히 파악하기가 버겁고,
방법론적으론 참 부럽군요,
시가 잘 되지 않는 요즘 고민이 많았는데,
시작에서부터 마지막 연까지 긴숨을 유지하고,
읽힐 수 있는 매력이 있습니다,
부러운 지점이구요,
자주 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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