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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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 고여 있는 노란꽃이 있었습니다.
파문이 거기까지 닿노라면
노란꽃은 무언가에 깜짝 놀란 듯 뒤로 물러서는 것이었습니다.
노란꽃은 노란꽃말을 갖고 있겠지요?
왜 그렇게 투명한 물 저 깊숙이까지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것인지,
그리하여 빨갛고 갸름한 형태로 녹음 안에 어룽지는
가로로 깊이 패인 초여름의 적요
지느러미가 되어.
젖은 초록빛 도화지 안에서
들릴 듯
말 듯
속삭이는 움직임......
꽃잎의 입술이 닿는 곳마다
초여름이었습니다.
잔잔한 청록빛 수면에 일렁이는 바람이 잇닿을 때마다
나 그 속에서 살아가도 좋은 것인가요?
그때 나 떠나가도
좋은 것인가요?
수면은 반짝이고,
초여름하늘은 파란 양산을 한가득 펼치고,
물 아래 길은 녹음에 반쯤 젖고,
물내음 진주알들인양 코 끝에 산란한,
거기
노란꽃이 혼자
멎어 있습니다.
댓글목록
이장희님의 댓글

꽃잎의 입술이 닿는 곳마다 초여름이라는 말 참 좋네요.
조금은 아름다운 풍경이 그려집니다.
시를 자꾸 볼수록 빠져드네요.
넘 매력적인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초여름을 멋있게 그려보고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코렐리 시인님.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봄빛가득한님의 댓글

님의 세상은 청록빛이네요!
좋긴한데,
이왕이면 파랑색도 그려 주시길요^^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앞으로는 그렇게 해 보겠습니다.
봄빛가득한님의 댓글

근데 님의 시가 좋아요, 마냥 좋아요~!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봄빛가득한님의 댓글

오늘 아침. 지인에게 끌려 자전거 타러 갑니다. ^^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양평까지 다녀왔는데 중간에 자전거를 타고 열심히 달리는 사람들이 자꾸 보이더군요. 야외로 조금만 나가도 나뭇잎이 아늑하게 우거져서 자전거를 타고 달려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봄빛가득한님의 댓글

밤새도록 뭔말인지 모르지만 con te patiro, 듣고 또 듣고 있습니다. ㅎㅎ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밤에 들으면 음악이 조곤조곤 뼛속까지 파고드는 것 같습니다. 쇼섕크 탈출인가 하는 영화에서 대사가 이랬죠. "세상에 어떤 것은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알려져서는 안된다." 가사를 모를 때 음악은 더 신비로운 것 같습니다. 순수한 고독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브람스 간주곡 좋아합니다.
봄빛가득한님의 댓글의 댓글

성모의 죽음을 창녀로 표현한 카라바조를 오늘밤, 한번 생각해주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