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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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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00회 작성일 20-06-05 08:04

본문



거울의 역설


석촌 정금용




요모조모 비추는 거울은 얼마나 깊이 모를 요물인가 

늘 반사된 정면을 향해 무료를 뚫고 잠기는 평면 속에 머문 맑은 물의 순수한 표면이 되었을까 

마주한 헝클어진 상태를 방관할 수 없으니 한사코 꾸미라 재촉하면서

빤히 들여다보는 눈길이 겸연쩍은 줄 몰라 오래도록 머무는 동안 시간이 아무런 느낌 없이 

소멸하는 안개같이 부서져

어둠에 밀려 넉넉했던 햇살이 허망한 빈털터리로 돌아가면서 

알려줄 때까지는 헛짓인 줄 몰랐어 

샐쭉한 초승달이 창 너머로 엿보는 줄도 까맣게 몰랐지  

누구와도 이렇게 오랜 응시에 빠져든 적 없어

버티던 팔꿈치가 뻐근해져서야

멀쩡한 얼굴 곳곳이 붉은 꽃같이 부풀어올라서야


구겨 넣듯 서랍 속에 너를 감춘 뒤에야


관계를 향해 나서기 전 언제나, 네가 내게

되돌려주는 있는 그대로를 수긍하라는 준열한 꾸짖음일 수도 있다는  

쉽사리 벗어날 수 없으니 어지간하면 그냥 쓰라는 

곧이곧대로 두라는 존재와 돌아서면 그만이라는 인식의 역설을 여태 무심히 넘긴 


비록 겉일지라도 나를 들여다볼 이렇듯 커다란 열쇠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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