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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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9건 조회 580회 작성일 20-06-11 10:08본문
상추쌈
석촌 정금용
귀를 잡아 합치면 속이 보이지 않는 상추 잎은 푸른 보자기
그 푸른 보자기를 접어 허기져 움푹 팬 볼을 메우러
한 번도 때를 놓치지 않는 걸신들린 귀신이 들락거리는 비좁은 골목을 막으러
초록색 보따리를 꾸려 목에 낀 때를 벗기는 작업이 아닌 쌈을 위해
쌈장을 뒤집어쓴 부러진 풋고추와 반쪽 난 마늘과 뒤엉킨 삼겹살이 한 몸이 된 무질서를 허용한 것
제 몸 버려 허기진 육신을 구하겠다는 간절한 헌신을 한 것이다
이렇게 저렇게, 모양보다 질적으로 겉보다 속으로 멋보다 맛으로
한 겹 아닌 몇 겹으로 뭉뚱그려 세상에서 미처 채우지 못한 욕구를 채우느라
터질 듯 우스꽝스러운 볼이 될망정, 식탁에 둘러앉아 맵싸한 고추 맛을 못 견뎌하면서도
풀 냄새에 배인 향긋한 슬픔 같은
잎이 담긴 대바구니에 빈 물기만 남을 때까지, 걸어두었던 식은 보리밥이 다 떨어질 때까지
마주한 눈길 모두 계속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그 긴, 너무나 기나긴 여름날이 아직도 가슴속에 살아 꿈틀거리는
그때를 되살릴 겸, 요기도 할 겸 욱여넣은 쌉싸름한 상추쌈은
주린 속을 달래는 진지한 수행을 지금은 사철을 아울러 할 수 있는 것이다
댓글목록
한뉘님의 댓글
한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입맛이 없는 계절이기도 하고 더블어
살맛도 한 몫 거드는 나날이기도 합니다
잘 지내고 계시는지요?^^
석촌님 덕에 오늘은 상추쌈으로
한끼 해결하고 싶어집니다ㅎ
겉보다 속 멋보다 맛처럼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고 뭉그뜨리는 보이지 않는
훈훈한 손길들은 덤으로ㅎㅎ
더위 조심하시고 건강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정석촌님의 댓글의 댓글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칼칼한 물로 맑힌 상추쌈을 곁들여 아는 이에게 대접하고 싶어지는 여름입니다
강녕하셔서 더 반갑고 고맙습니다, 한뉘시인님ㅎㅎ
지원님의 댓글
지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석촌님의 시 늘 보고 있었는데
오늘 제일 맛있습니다 ㅎㅎ 푸릇한 상추 빛깔 맛 감동입니다
정석촌님의 댓글의 댓글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손가락 끝에 이슬같이 맺히는 물방울 튕기며
보자기를 접어도 흠 잡히지 않을 성싶은 점심상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하늘시님의 댓글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저도 한 쌈 먹을래요!
정석촌님의 댓글의 댓글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자리 좁혀 앉아 함께 하시지요!
브루스안님의 댓글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정석촌님의 댓글의 댓글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푸짐해야 한 맛 하느니
토속적으로 한 상 차려볼까요
작은미늘님의 댓글
작은미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상추쌈! 사소한 일상의 소재들을 늘 멋지게 만드심에
저도 사소한 자잘한것들을 생각케 됩니다.
오늘 저녁은 통닭으로 해결했는데 내일은
상추쌈에 반쪽 난 마늘 올려 삼겹살 한점 올려 볼까
싶습니다. 편안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