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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엔 수평선을 걸어요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고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35회 작성일 20-06-17 04:45

본문

봄날엔 수평선을 걸어요

  

가슴에 어디서 굴러왔는지 모르는

몽돌 하나가 만져질 때

그림자 벗어던지고 수평선을 걸어요

      

슬픔에 파도소리를 섞으면

달콤한 커피향이 목젖을 깨우고

발바닥에 와 닿는 밑줄은 선명해져요

    

햇살을 숟가락으로 떠먹을 때

숨겨둔 문장이

녹아 흘러내는 건 질색이라서

 

혼자서 걷는 건 무심해지기 위해서지요

꿈속에서 사하라 사막을 엎지른 적도 있고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 길에

슬픔으로 만든 별을 뿌린 적도 있어요

     

꽃들이 외로운 눈물

살며시 끌어안았다 놓아주듯

가슴 속의 붉고 단단한 것 흘려보내야 할 때

걷는 것만큼 좋은 게 없더라고요

사랑을 세 번

직장을 네 번 잃고 나서 알았어요


웃통을 벗어부친 봄날과 함께

신이 잠재워놓은 수평선 밟으며

       

고래가 소말리아 해적을 혼내주듯

답이 없는 질문은 파도 위에 내동댕이치며

무슨 표정을 지으면 좋을까요

      

걷다 보면 안개 속에서

반가운 이정표가 달려 나오듯

        

수평선이 벌떡 일어서서

하하하 웃을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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