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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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감정
수국의 결백이 흑백으로 가려 질 무렵
아카시아는 죽음을 결단했다
애도의 축문소리가 북북 찢는 허공의
굳은 심장을 불리며 구름의 속성이 쏟아졌다
오른쪽 귀는 나무에 걸어놓고
왼쪽 귀는 바깥의 숨을 더듬는다
꽃이 떠난 뒤 바람을 맞아들인다는 약속
영원의 줄기 끝에 매달린 변명은 그리움의 낙서를 지운다는 빗줄기
후끈한 수피와 그 바깥을 가르는 차가운 소리
벽을 잡고 각혈하는 붉은 피투성이
장미 꽃잎같은 울음이 차 오른다
저 빗길을 흘러 가
어느 무인도에 닿아 기러기로 앉았다가
파도에 잠겼으면 좋겠다는 유쾌한 아이디어
순간 떠 오르다 인어에게 먹히고 마는
문득 사라지고 없는 나를, 그래 나를
한바탕 떠들썩하게 찾는 소리가 명랑하다
민들레처럼 삭발할까
네잎토끼처럼 잠적해 버릴까
벌렁벌렁 담쟁이넝쿨 부정맥 경고음
빗소리에 방전된 오래 된 비명들이 날아 올랐다
시나브로 푸른 그늘을 지우고 붉은 울음을 채우려는 듯
빗줄기는 장대를 들고 구름의 등줄기를 후려친다
후박나무 넓은 가슴팍에 6월이 한쪽 어깨를 벗겨 기대자
비릿한 비 냄새를 터는 푸른 잎들이 노골적인 표정을 드러낸다
무인도에서 막 돌아온
기러기들이 수국옆에 앉아 북북 찢어 진 먼 얼굴을 꿰맨다
퉁퉁 부었던 그리움 몇 마리
아카시아 무덤가에 자지러졌다
사소한 죽음이 후박나무 잎에서 부활한다
댓글목록
피플멘66님의 댓글

아카시아는
죽음을 선택한
것이 아니랍니다
선택권 같은 것은
없었던 거죠
그저 시절따라
꽃이 질때 되니
진 것 뿐 입니다
아카시아 꽃이
진 사실을
죽었다고
하는 것은 오독 이십니다
아카시아 진
자리에 열매를
맺은 것 같
습니다
하늘시님의 댓글

초안산의 아카시아는 죽음을 결단하였고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에 흠뻑 맞은 감정이
오독이네요
열매를 맺었으니 다행인가요
결단하였다고 다 죽는 것은 아니니까요
재밋는 댓글 감사로 마무리~~~~
김태운님의 댓글

수국 아카시아 민들레 네잎토끼 후박나무///
참 장미도 비치는군요
이런 저런 유월의 감정들
슬그머니 훔치다 갑니다
하늘시님의 댓글

어정쩡한 6월이 지나면
훅한 감정이 또 올라오겠지요
오랫만에 뵈니 더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 백록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