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 창작시의 향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창작시의 향기

  • HOME
  • 창작의 향기
  • 창작시의 향기

     ☞ 舊. 창작시   ☞ 舊. 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무단인용이나 표절금합니다
▷시스템 오류에 대비해 게시물은 따로 보관해두시기 바랍니다
1인 1일 1편의 詩만 올려주시기 바라며, 초중고생 등 청소년은 청소년방을 이용해 주세요
※ 타인에 대한 비방,욕설, 시가 아닌 개인의 의견, 특정종교에 편향된 글은 삼가바랍니다 

유월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56회 작성일 20-06-29 00:18

본문




아침마다 포대기에 꽁꽁 싸여서 어머니 등에 업혀 삶과 죽음의 경계까지 그리운 것을 배웅나갔었다내 조그만 얼굴에 선홍빛 열꽃이 지나갈 때마다 어머니께서는 발을 동동 구르시며 나비꽃 원추리꽃 사루비아꽃들이 만발한 둔덕을 오르내리셨다. 꽃술은 가팔랐지만 어머니 이마에는 땀방울 하나 없었다


폐선 하나가 거꾸로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

깃털은 수국(水菊)의 깃털이었다. 

파르르 떨렸다. 


서서히 가라앉아가시던 어머니께서는 내게 비린내 풍기는 갯펄의 진흙을 먹이셨다. 업힌 나는 버려진 연탄재와 초라하게 엎드린 집 지붕들과 졸졸 흘러가는 더러운 개천물 그 속에 버려진 개 한 마리의 시체를 보고 있었다. 개의 시체가 부패하여 점점 더 형체를 잃어가는 것을. 구더기가 파고들어가고 파고나오며 안구가 사라지고 젖은 천처럼 생긴 것이 부풀어올라 얕은 물 위에 둥둥 떠 있던 것을. 내 삶을 마중나온 첫번째 쾌락은 이것이었다. 


목걸이에 작은 갑각류가 매달려 있던 개의 입 바깥으로 길게 뻗어나온 혀를 볼 때마다 나는 타오르는 오줌을 포대기 안에서 누었다. 뜨뜻하고 축축한 것이 버둥거리는 내 두 다리 사이에서 번져나갔다. 어듭고 캄캄한 후박나무들 사이로 홍역이 퍼져나갔다. 실오라기같은 강물이 거듭 겹치자 그 안에서 음영(陰影)이 생겨났다. 팽팽한 줄이 더 팽팽하게 당겨지는 소리가 가까이서 들려왔다. 


포대기 안으로 방금 소녀 하나 잡아먹은 들개가 기어들어왔다. 새빨간 혀를 길게 길게 뻗고 있었다. 들개는 내 가슴뼈 안을 어슬렁거렸다. 나는 들개가 방금 잡아먹고 온 소녀를 생각했다. 나는 그 들개의 하반신이 왜 껍질 벗겨져 있을까 궁금하였다. 녹슨 철조망을 조금 뜯어내자 새하얀 빈 의자가 하혈(下血)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청록빛 풍선 닮은 것이 날아가 버린 아름다움의 잔해만을 보았을 뿐이지만, 나무마다 애벌레 들끓는 하얀 손가락이 땅을 뚫고서 하나 하나 땅 위로 빼꼼 내밀었다. 이번에는 내가 소녀를 업었다. 나무둥치 조용히 쓰러지는 땅 위에 여기저기 돋아난 손가락 뼈들이 꽃봉우리를 내놓으려는지 한꺼번에 달그락거렸다. 몽글몽글 젖가슴이 부풀어오르려는지 한번 더 떨었다. 느슨한 손톱이 얼굴을 찌푸렸다. 등에 업힌 소녀가 내게 매달렸다. 뒤돌아보았더니 내 등에는 유월 햇살이 그저 속이 비어 투명할 뿐이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7,878건 1 페이지
창작시의 향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창작시운영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271 12-26
37877 힐링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 01:17
37876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 00:19
37875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 06-18
37874
바다 한 권 새글 댓글+ 1
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 06-18
37873
땀방울 새글 댓글+ 1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 06-18
37872
벽 1 새글 댓글+ 6
고나plm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 06-18
37871 우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 06-18
3787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 06-18
37869 작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 06-17
37868 목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 06-17
37867 페트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 06-17
37866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 06-17
37865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 06-17
37864 정동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 06-17
37863
댓글+ 2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 06-16
37862
댓글+ 4
탱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 06-16
37861
애기똥풀 댓글+ 4
나비처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 06-16
37860 修羅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 06-16
37859
다른 행렬 댓글+ 2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 06-16
37858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 06-16
37857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 06-16
37856 페트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 06-16
37855 들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 06-16
37854 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 06-16
3785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 06-16
37852 작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 06-15
37851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 06-15
37850 우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 06-15
37849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 06-15
37848
빨리빨리 댓글+ 2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 06-15
37847 들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 06-15
37846 탱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 06-15
37845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 06-15
3784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 06-15
37843 탱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 06-15
37842 정동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 06-15
37841 넋두리하는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 06-14
37840
꽃내음 댓글+ 2
작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 06-14
37839 솔새김남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 06-14
37838
쪽방 댓글+ 2
목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 06-14
37837
바윗돌 2 댓글+ 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 06-14
37836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 06-14
37835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 06-14
37834 심휴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 06-14
37833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 06-14
37832 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 06-13
37831 최경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 06-13
37830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 06-13
37829 그대로조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 06-13
3782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 06-13
37827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 06-13
37826 민경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 06-12
37825 탱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 06-12
37824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 06-12
37823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 06-12
3782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 06-12
37821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 06-11
37820 최경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 06-11
37819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 06-11
37818 들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 06-11
37817 심휴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 06-11
37816
발견 댓글+ 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 06-11
37815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 06-10
37814
베개 댓글+ 2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 06-10
37813 나비처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 06-10
37812 민경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 06-10
37811
거짓말쟁이 댓글+ 2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 06-10
37810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 06-10
37809
무자치 댓글+ 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 06-10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