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 창작시의 향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창작시의 향기

  • HOME
  • 창작의 향기
  • 창작시의 향기

     ☞ 舊. 창작시   ☞ 舊. 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무단인용이나 표절금합니다
▷시스템 오류에 대비해 게시물은 따로 보관해두시기 바랍니다
1인 1일 1편의 詩만 올려주시기 바라며, 초중고생 등 청소년은 청소년방을 이용해 주세요
※ 타인에 대한 비방,욕설, 시가 아닌 개인의 의견, 특정종교에 편향된 글은 삼가바랍니다 

유월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2회 작성일 20-06-29 00:18

본문




아침마다 포대기에 꽁꽁 싸여서 어머니 등에 업혀 삶과 죽음의 경계까지 그리운 것을 배웅나갔었다내 조그만 얼굴에 선홍빛 열꽃이 지나갈 때마다 어머니께서는 발을 동동 구르시며 나비꽃 원추리꽃 사루비아꽃들이 만발한 둔덕을 오르내리셨다. 꽃술은 가팔랐지만 어머니 이마에는 땀방울 하나 없었다


폐선 하나가 거꾸로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

깃털은 수국(水菊)의 깃털이었다. 

파르르 떨렸다. 


서서히 가라앉아가시던 어머니께서는 내게 비린내 풍기는 갯펄의 진흙을 먹이셨다. 업힌 나는 버려진 연탄재와 초라하게 엎드린 집 지붕들과 졸졸 흘러가는 더러운 개천물 그 속에 버려진 개 한 마리의 시체를 보고 있었다. 개의 시체가 부패하여 점점 더 형체를 잃어가는 것을. 구더기가 파고들어가고 파고나오며 안구가 사라지고 젖은 천처럼 생긴 것이 부풀어올라 얕은 물 위에 둥둥 떠 있던 것을. 내 삶을 마중나온 첫번째 쾌락은 이것이었다. 


목걸이에 작은 갑각류가 매달려 있던 개의 입 바깥으로 길게 뻗어나온 혀를 볼 때마다 나는 타오르는 오줌을 포대기 안에서 누었다. 뜨뜻하고 축축한 것이 버둥거리는 내 두 다리 사이에서 번져나갔다. 어듭고 캄캄한 후박나무들 사이로 홍역이 퍼져나갔다. 실오라기같은 강물이 거듭 겹치자 그 안에서 음영(陰影)이 생겨났다. 팽팽한 줄이 더 팽팽하게 당겨지는 소리가 가까이서 들려왔다. 


포대기 안으로 방금 소녀 하나 잡아먹은 들개가 기어들어왔다. 새빨간 혀를 길게 길게 뻗고 있었다. 들개는 내 가슴뼈 안을 어슬렁거렸다. 나는 들개가 방금 잡아먹고 온 소녀를 생각했다. 나는 그 들개의 하반신이 왜 껍질 벗겨져 있을까 궁금하였다. 녹슨 철조망을 조금 뜯어내자 새하얀 빈 의자가 하혈(下血)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청록빛 풍선 닮은 것이 날아가 버린 아름다움의 잔해만을 보았을 뿐이지만, 나무마다 애벌레 들끓는 하얀 손가락이 땅을 뚫고서 하나 하나 땅 위로 빼꼼 내밀었다. 이번에는 내가 소녀를 업었다. 나무둥치 조용히 쓰러지는 땅 위에 여기저기 돋아난 손가락 뼈들이 꽃봉우리를 내놓으려는지 한꺼번에 달그락거렸다. 몽글몽글 젖가슴이 부풀어오르려는지 한번 더 떨었다. 느슨한 손톱이 얼굴을 찌푸렸다. 등에 업힌 소녀가 내게 매달렸다. 뒤돌아보았더니 내 등에는 유월 햇살이 그저 속이 비어 투명할 뿐이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4,270건 1 페이지
창작시의 향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창작시운영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431 12-26
34269
벚꽃 새글 댓글+ 1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 19:23
34268
벚꽃 새글 댓글+ 1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 15:11
34267 탄무誕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 13:50
34266
커피나무 새글 댓글+ 1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 10:27
34265 세상 관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 09:56
34264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 09:22
34263
글자의 비명 새글 댓글+ 2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 08:20
34262
목련화 새글 댓글+ 2
들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 07:14
34261
소신 새글 댓글+ 1
德望立志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 07:06
34260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 06:49
34259
당신이기를 새글 댓글+ 1
소리안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 05:17
34258
당신은 새글 댓글+ 2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 02:44
34257 힐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 00:00
34256
별칭, 고구마 새글 댓글+ 1
보푸라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 03-28
34255
저녁나무 새글 댓글+ 1
노을피아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 03-28
34254
홍매화 새글 댓글+ 1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 03-28
34253
소금 새글 댓글+ 1
아침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 03-28
34252 세상 관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 03-28
34251
雨中訪花 댓글+ 1
구식석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 03-28
34250
텃밭 댓글+ 1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 03-28
34249
거울 (민경) 댓글+ 2
탄무誕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 03-28
34248 사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 03-28
34247
님의 그림자 댓글+ 2
지중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 03-28
34246
봄비 우산 속 댓글+ 2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 03-28
34245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 03-28
34244
봄의 노래 댓글+ 2
들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 03-28
34243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 03-28
34242
봄날 같이 댓글+ 1
소리안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 03-28
34241
진달래 댓글+ 2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 03-28
34240
무제 댓글+ 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 03-28
34239
진주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 03-28
34238
초승달 댓글+ 1
노을피아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 03-27
34237
방심(放心) 댓글+ 1
아침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 03-27
34236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 03-27
34235
물방울 댓글+ 1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 03-27
34234
벚꽃을 보며 댓글+ 1
보푸라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 03-27
34233
사이 댓글+ 2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 03-27
34232 최상구(靜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 03-27
34231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 03-27
34230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 03-27
34229
피날레 댓글+ 2
청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 03-27
34228 소리안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 03-27
34227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 03-27
34226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 03-27
34225 세상 관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 03-27
34224
은퇴식 댓글+ 1
아침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 03-26
34223 그대로조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 03-26
34222 이옥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 03-26
34221
벚꽃 댓글+ 1
이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 03-26
34220
김밥 댓글+ 1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 03-26
34219
살만 한가요 댓글+ 1
을입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 03-26
34218
지나간 비 댓글+ 2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 03-26
34217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 03-26
34216
별소리 댓글+ 1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 03-26
34215
어촌의 아침 댓글+ 1
보푸라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 03-26
34214
개나리꽃 댓글+ 2
들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 03-26
34213
목련꽃 댓글+ 1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 03-26
34212
봄산 댓글+ 1
최상구(靜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 03-26
34211
댓글+ 4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 03-26
34210
비는 늘 좋다 댓글+ 1
소리안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 03-26
34209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 03-26
34208
마술사 댓글+ 2
사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 03-26
34207 세상 관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 03-26
34206
철쭉 댓글+ 2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 03-26
3420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 03-26
34204
밥냄새 댓글+ 2
아침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 03-25
34203
거울 댓글+ 2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 03-25
34202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 03-25
34201 겨울숲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 03-25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