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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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444회 작성일 20-06-30 05:10본문
새벽부터 비가 내린다.
비는 보이지 않고 빗소리가 들려온다.
빗소리는 들리지 않는데 잠이 오지 않고 자꾸 바다소리가 들린다.
땅에 닿지도 않고 밤하늘에 머물지도 않고 어느 먼 섬에 가서야 차가운 빗돌 위에 뿌려지는 비.
감은 눈 위로 아카시나뭇가지와 잎들이
이 주렴(珠簾)을 조용히 흔들어주고 있겠지.
길 끝에는 하얀 건물과
무너져가는 담장이 있었다.
아무도 드나드는 이 없었지만
밤이면 높은 유리창에 불이 켜졌다.
밤 새워
새하얀 천 속 복숭아 부패해가는
그 향기를 기록하고 있을까?
수정(水晶)이 떨어지는 소리는
어떤 빛깔일까?
나는 비로 씻기고 투명해진 뼈 한 조각을 바다에 보내주었다.
후각(嗅覺)을 닫는
까마득한 계단들 아래로
지느러미 펄럭이는
거울조각은 더 더 깊은 심연 속으로 헤엄쳐들어가 버린다.
물이 미세하게조차
흔들리지 않고......
빗소리는 거기에서도 들려오고 있는가?
투명한 것은 결국 생명을 얻는가? 얻어야 하는가?
댓글목록
봄빛가득한님의 댓글
봄빛가득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가 머문 이곳에도 밤새도록 비가 내렸습니다. 밤새도록 빗소리를 따라가다 보니 벌써 직장에 도착하였습니다. 불면의 밤으로 인해 오늘 하루가 피곤해질 것 같습니다.^^
마치 제가 불교의 경전 속을 헤엄쳐 다니는 그런 느낌이 듭니다.
본성, 본질..
마음속에 희한한 단어들이 마구 굴러다닙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금은 비가 잠잠해졌네요. 새벽에 빗소리에 잠을 깨서요,
잠도 오지 않고 해서 시를 써 보았습니다.
봄빛 가득한 님께서도 좋은 시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음 속에 희한한 단어들이 굴러다닐 때에는 뱉어내야지요.
봄빛가득한님의 댓글
봄빛가득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제가 점점 미쳐가는지 문득, 길바닥에 고인 빗물 속에서 생명의 울림, 펄펄뛰는 심장의 고동을 느낍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길바닥에 고인 빗물속에는 정말 많은 것들이 있죠. 아까도 노란 우산을 쓴 아이 하나가 빗물 속에서 살고 있더군요. 길바닥에 펄펄 뛰는 심장의 고동은 나눠갖고 싶네요.
봄빛가득한님의 댓글
봄빛가득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방금 퇴근하였습니다.
어쩌면 핑계일지 모르겠으나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ㅎ
님의 시는 저에게 활력소가 아닙니다.
님이 내려 주신 빗소리에 하루 종일 거닐었습니다. 오늘 하루가 힘들었지만 참 행복했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별것 아닌 글을 그렇게 좋게 읽어주셨다니 제가 감사합니다. 누군가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니, 제가 처음으로 시를 쓰는 보람을 느끼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