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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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35회 작성일 20-07-08 00:45본문
석류
석류 한 알 한 알이 보석같다고,
마치 혈흔같다고,
얼마나 病이 깊길래
핏방울이 이리 영롱할 수 있냐고,
너는 감탄하는 것이었다.
그래, 지금 후박나무 잎새들 사이로 비가 오고 있다.
덜컹거리는 유리창에 혀를 대보면 신맛이 난다.
네 심장의 고동소리는 빗소리와 똑같이 어른거리는 청록빛이다.
나는 네 가슴에 귀를 대고
너의 심장소리를 가만히
저 언어 바깥의 것으로 환원해보리라 생각한다.
세상에서 가장 황홀한 사랑이
방금 각혈해 낸,
견고한 자수정 안에 소용돌이치는
그 걷잡을 수 없이 세찬 파도여.
하얀 포말이 조용히,
들끓는 격정 속을
오르락내리락함이여.
너는 언젠가
길게 뻗쳐올라간 후박나무 가지 끝
몸부림치는 이파리 하나인 채
내게 온 적 있지 않은가.
익사체 하나가 멀리 떠다니는
비췻빛 물결의 소실점을
네게 조곤조곤 말해주리라 생각한다.
자수정 안으로 걸어들어가라고.
그리하여 다자이 오사무와 야마자키 도미에가
손을 꼬옥 맞잡고 투신한 그 자리,
참나무 한 그루
깊이 모를 뜨거운 그늘
넘싯거리는 강물
그 속에 결코
정지하는 법 없이 피를 흘려내라고.
깨진 거울 예리한 조각을
너의 피로 씻어내는
내 황홀이 항상 네 곁에 있는 것이니.
나의 언어를
자수정이 으깨어지는 시디 신 즙 속에 섞는다.
크리스탈 보울에 담긴
너는 내 썩은 폐로부터
흘러나오는 피를 핥아준다.
시절은
초여름.
소리가 울리지 않는
피아노 건반처럼
석류알의 침묵에
균열이 가는 일은 없다.
댓글목록
봄빛가득한님의 댓글
봄빛가득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제 죽은 이들이 그토록 기다렸던 지금 이 순간..
그래서 석류 한 알이 저리도 붉디붉은 것인지..
석류알의 침묵에 대해..
묵상해 봅니다. 시인님!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예리한 시안을 갖고 계시네요. 봄빛가득한 님 시 올려주시길 기다리고 있는 독자가 여기 있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