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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슈카와 나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316회 작성일 20-07-09 00:03

본문




코코슈카는 알마 말러의 심장 좌심실에 방을 하나 갖고 있었다. 계단은 어두웠다. 그는 알마 말러의 심장에 들어갈 때마다 악보를 하나 갖고 갔다. 코코슈카는 알마 말러의 심장에 들어갈 때마다 불협화음이 그의 폐를 조여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깔깔한 이파리들이 잔뜩 매달려 낄낄거리는 참나무 둥치를 만날 때마다 날카로운 칼끝으로 그 껍질을 후벼팠다. 낡은 안경테에 뜨거운 물이 고였다. 그 물 위를 꼼지락거리는 애벌레들이 기어갔다. 코코슈카는 알마 말러의 심장 속에 사정(射精)하며 여기 날 파괴하는 무언가가 있다 하고 소리쳤다. 


알마 말러는 폭풍 속에 잠겨 있었다. 이끼 낀 대리석 교각과 아직 황금의 광휘가 남아있는 아치, 맑은 물이 졸졸 그 아래 흘러가는 돌계단. 하늘이 높게 높게 열린 정원에 알마 말러는 코코슈카의 뼈를 던졌다. 물의 지줄임이 투명한 줄같은 것을 당길 때마다 신경에 스치는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말 두 마리가 끄는 마차가 침대를 지나갔다. 말의 옆구리는 뻥 뚫려 있어서 달가닥거리는 늑골이 훤히 보였다. 말은 연신 긴 혀로 입술을 핥았다. 알마 말러는 정원으로 나갔으나, 그 정원은 어찌 보면 화석화(化石化)된 밤꽃들이 관객으로 가득 앉아있는 매장지(埋葬地)같기도 했다. 그녀는 정오 무렵 누군가 그녀의 심장을 날카로운 칼끝으로 후벼파는 흉통을 느꼈다.   

     

코코슈카는 자신의 방에 가득찬 시취(屍臭)에서 기하학의 향기가 감돈다고 느꼈다. 그는 바싹 말라 거의 바스라지는 자두꽃으로 목을 축였다. 그리고나서 그는, 자기 앞에 놓여진 사닥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갔다. 유리로 만들어진 천칭(天秤)에 암흑이 열려 있었다. 그는 자신의 옆구리에 낀 죽은 닭이 펄펄 뛰며 울부짖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 어떤 쾌락도 그를 어중간한 우주(宇宙)의 지점에서 멎게 만들 수 없었다. 검은 자궁 속에서 발버둥치며 손을 뻗다가 우연히 닿은 곳은 어느 널판지였다. 그 널판지는 막막한 바다 위를 표류하고 있었다. 코코슈카는 자신이 이미 익사체가 아닌가 생각했다. 그의 귓속에는 자그마한 게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내가 코코슈카의 방에 놀러갈 때마다 그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아무리 문에 대고 귀 기울여보아도, 그는 자신의 방에서 나가는 일도 그 방으로 돌아오는 일도 없는 듯했다.


 


   

 


댓글목록

봄빛가득한님의 댓글

profile_image 봄빛가득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屍臭 가득한 방안에는 쥐새끼들이 사방을 갉아 대고 시궁창 같은 방안에 하반신을 담그고 엎드려 있는 그녀의 허벅지 사이로 시뻘건 눈물이 흘러내린다 사내는 그녀에게 이 방안에 감금되어 있는 것이 구원이라고 지껄이고 있는데,

나는 내일 아침, 머리 잘린 시신을 내다 버릴 거야!

흐릿한 창밖의 풍경,
사내는 무엇인가 골똘한 생각에 잠겨 있다

조금은 쓸쓸한 영혼의 울림 같은...

머물다 갑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글 감사합니다.

봄빛가득한님도 쓰시고 싶은 시가 있으신 것 같네요.

제가 하도 개인적인 이야기를 써서 좀 사설을 덧붙이자면,

코코슈카의 바람의 신부라는 그림을 보고 쓴 시입니다. 예민하고 자의식이 강한 두 사람이 폭풍같은 사랑을 한다. 아주 강한 집착을 서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너무나 강한 자의식 때문에, 상대방에게서 자신을 본다. 상대방에게 집착을 하면 할수록 자신만이 더 보인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상대방을 사랑하는 그 열정은 진짜이다. 이런 내용을 시로 써보려고 하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여기서 발생하는 비극이 이 시에서 제가 그리고자 하는 내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떤 종류의 사랑이 이상적인 것일까 하는 질문도 제가 이 시를 쓰면서 생각했던 질문이구요.

거기에다가 시적 표현은 제가 비엔나에서 경험했던 그 정취를 살려보려고 하였습니다.

봄빛가득한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봄빛가득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러셨군요.

올려주신 시를 읽는 순간, 갑자기 다자이 오사무와 야마자키 도미에가 확, 떠오르는 거예요. 그리고 코코슈카와 그의 곁에 누워 갈비뼈에 안겨 있는 알마를 생각하며 도대체 사랑이란 것이 우리 인간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사랑이 그들에게만큼은 구원이었을까 하는 생각으로 저 자신에게 묻고 또 물어봤습니다.

혹시나 답글이 결례였다면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ㅠㅠ

좋은 글 올려주셔서 고맙구요, 오늘도 편안한 하루 보내시길요. 코렐리 시인님!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결례라니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제가 쓰는 시가 과연 읽는 분들께 어떻게 닿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제 영원한 고민입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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