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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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456회 작성일 20-07-10 11:30본문
진실게임 / 백록
지난겨울은 동백이 유독 저만 꽃이라 우겼지
그가 시들해지면서부터 성급한 진달래가 잎도 나기 전에 고개를 내밀었지
한동안 저만 참꽃이라며 건방을 떨었지
이에 질 새라 철쭉이 따라 저도 못지않은 꽃이라며 제법 촐싹거렸지만
천성이 개꽃이라는 별명 탓인지 명함을 꺼내기엔 역부족이었지
볕이 뜨거워지자 장미가 나타나 저야말로 꽃 중의 꽃이라며 열변을 토했지
한편에선 까칠한 선인장들도 저도 가시를 품은 꽃이라며 끼어들었지
산중에 수국들도 수북하게 모여들어 색색 변덕을 부렸고
하늘가 천사의나팔꽃들도 늘어지게 나발을 불어댔고
동네 접시꽃들도 깨질 듯이 야단법석이었지
오래 피는 꽃, 서둘러 지는 꽃
참하게 살다 가는 꽃, 추하게 버티다 죽는 꽃
큰 꽃, 작은 꽃, 별의별 꽃들 수두룩했지
지금도 물론 진행형이지만
이 땅이 점점 더 뜨거워지면 곳곳에서
꼬리에 꼬리를 문 소리와 소문들 사이에서
땡 하고 나타난 해바라기가 저보다 큰 꽃이 있으면 덤벼보라며
보란 듯 목청 돋우며 거들먹거릴 것이다
가을에 피는 코스모스가 어떤 꽃인 줄
미처, 모른 채
겨울에도 붉은 꽃이 피는 줄
채, 모른 채
댓글목록
sundol님의 댓글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진실(眞實)과 인간
인간의 삶에 있어, 진실은 거의 없다
다만, 거짓이 그 삶의 대부분을 지켜준다는 게
유일한 진실일 뿐
그 언젠가 위의 졸글을 쓴 적도 있지만..
많은 공감이 가는 백록 시인님의 시에
한참 머물다 갑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모든 게 착각이지요
저도 착각 속에서 삽니다///
칸나 / 백록
활활 피어오르는 너를 마주하는 순간
한껏 쪼그라든 내 심장에 웅크리던
젊은 날의 불씨 한 점
흐리멍덩한 각막을 뚫고
불끈, 솟구쳐 오른다
이 섬에선 너를
탄 내 나는 불 칸 나로 읽지만
그야말로 너의 정체는 마구 회춘을 부추기는
탄드라의 불꽃이다
심란한 늙은이 애간장을 태우는
붉은 오르가슴이다
화륵과 화르륵
그 행간에서 불행 중 다행이라며
거세긴지 거시긴지
제법 꿈틀거리는 너도
어느 한때는 어쩜
벼슬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