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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오릉 채송화의 두 번째 해후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303회 작성일 20-07-10 20:38

본문

서오릉 채송화의 두 번째 해후



서오릉 복사꽃은 진저리치는
여름 볕을 회피하려고
연분홍 봄 들판에서 죽었다  
서오릉 해오라기가 꽃마을 아가씨를
처음 보고 로드킬 당한 것도 기실은 몸서리치는
장대비가 된서리에 죽은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왼쪽의  밝음에서 서걱대던 여름 햇살 손짓이
서서히 기어올라 아파트 옥상 빨래줄에 걸린
뭉게구름밭에서 지척이다 도마질당할 때
오른쪽 어둠에서는 웃자란 별똥별을 찾는
부메랑의 비극적인 운명이 이울고

M이 F를 부르는 논픽션과
F가 M에게 구속된 픽션과
M과 F의  유전자들이 서로 융합 파행하는
예정된 약속의 발자국

그리고 그들이 이어갈 영겁의 시놉시스들
불현듯 푸른 심장박동의 브레이크에 멈춰 서는
잊힌 기억의 세포들

서오릉 꽃마을 아가씨는 채송화보다 예뻤다

삼 년 전의 추억을 만나러 가는
퇴근길 핸들 근육에 우직한 힘이 솟는다

장대비 깊숙한 내장에 내재된 천상의 우렛소리가  
마지막 가쁜 숨을 토해내자
서쪽 지평선 쌍무지개가
안타깝게도 아가씨의 부재를 해명한다

''청년!
달포 전 비 오는 날 그녀는 별들이 데려갔다네
이레 전쯤 조각구름들이 조심스럽게 그녀의
임신을 전해왔는데  일 년 후쯤 다시 와보게나'''

켜켜이 동여맨 아가씨의 약속 한 줌이
동쪽 지평선 변곡점에 서성이던
붉은 해거름의 뇌하수체를
더욱 붉게 핥기 시작하자
가변의 두 약속을 풀어헤친 해거름은 도리어
이렇게 반론한다

''감성의 사랑은 수시로 이성을 초월하지
별들이 앗아간 아가씨의 처녀성은 이미 갈 길을
잃은지 오래고 그녀의 빛바랜 사연 또한
어느 구상 선단 블랙홀을 방랑하는지
아무도 모른다네''라면서

척추뼈가 반쯤 휘어진 채송화 화분을 옮기는
노파의 백발 틈새로 일렁이는 먹빛 변주곡과
벌써부터 북서쪽으로 방향치를 돌린 돌개바람
한 편에서 설익은 가속페달의 공회전과
무채색 추억의 밤하늘에서 무수히 빛나는
저 잔별들의 숙명적인 아픔처럼

서오릉 정문 앞 채송화에  또 다른 키 큰 여름이 자란다  


댓글목록

브루스안님의 댓글

profile_image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노벨상은 이미 따논 당상이다

허허롭다

이제 뭘 따먹지 나 원참
지난번 번개팅은  희망댓글이 없어  지웠습니다
희망분 주저마시고 댓글 주세요
그게 뭐 죈가요

김용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김용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ㅋㅋㅋ, 시인님 답습니다..근데 울 선배님 걸고 너머가진 마시길요?..2021년도 노벨상 작품으로 선정..추카추카..근데 이건 참말인데..오늘 글을 좋습니다..3년전 그녀는 누굴까 몹시 궁굼해진다는요??...좋은 글 많이 쓰십시요.

브루스안님의 댓글

profile_image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보기만으로도 습작은 되죠
어떤분은 십년을 보다가 시작해서
금세 베테랑이 되기도 하고 
본인은 성질급  아님 말고식  그렇게 못하죠
다방 면으로 인내하심도  긴인생에선 좋은  성격일듯
댓글주셔서 감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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