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정문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숙정문肅靖門 / 백록
남대문이 열렸으니
북대문은 닫아라
엄숙히 다스리라는 뜻의 이 대문은
누군가 남남북녀라 했듯 음陰의 기운에 해당하는 까닭으로
나라에 가뭄이 들 때는 기우를 위해 열고
비가 많이 내리면 닫았다 한다
마침, 자기 숙청肅淸으로 읽히던 그날은
서울에도 비가 많이 내렸다
북악北岳이 질퍽해진
그날 이후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를 떠올리는
내로남불의 얼간망둥이들
난중일기를 소환한다
이 칠월의 비는
어제도 오늘도 치덕치덕
오락가락인데
댓글목록
조남인님의 댓글

깊이 생각하게 하는 글입니다. 되돌아면서 하루 하루 행복한 시간되세요. 마음에 담고 갑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감사합니다///
어느 꽃의 유서遺書 / 백록
난 여태 하얗게 살아왔소
남의 지붕이 내 집이라 생각하며 살아왔소
때론, 다른 나무에 기대어 살아왔소
내 삶은 그게 전부라 생각하며 열심히 살아왔소
돌이켜보건대,
내가 하얗게만 살았다는 건
결국, 착각인 것 같소
하여, 오늘 하직함에 있어
글 몇 줄 적고 있소
무조건 죄송하오
더불어 내 삶에 도움을 주신 모두에게
감사드리오
내가 남길 건, 오직
텅 빈 박, 그런
바가지들뿐이오
모두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