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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에서의 마리오네트의 죽음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91회 작성일 20-07-16 00:42

본문




너는 보이지 않는 실들로부터 동작의 음영을 자아낼 줄 안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재재바르게 움직이는 실들도 

그것을 움직이는 까맣게 타버린 손이 있기 때문이다.  


너의 죄는, 

마차슈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속 

형형색색 유리조각들 조화를 이루듯 

황홀과 비참함 사이를 

균형감 있게 오간다. 


무심히 실의 움직임에 조응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 실은 절망의 빛깔로 물들어 있어,

물감으로 정교하게 칠해진 눈동자가 

흘러내리는 일이 잦았다.   


네 앞에서는 명료한 것이 때때로 

흐릿해지고 

흐릿한 것과 흐릿한 것이 겹쳐 

그 속에 

비둘기 한 마리가 있었다. 


그것은 광장에 내려앉는 법 없었지만

그렇다고 멀리 날아가지도 않았다.


너는 어느날 색종이처럼 반으로 접혀져서 

능욕당한 다음 차가운 포도 위에 내던져졌다.


봄흙처럼 부드럽게 찢겨나간 살점 아래서

새순처럼 싱싱한 손가락 뼈가 돋아났다. 

비둘기는 무심한 듯 와서 

너의 손가락 뼈를 쪼았다. 


정강이뼈에는 철심이 박혀 있었다. 


깨질 것은 깨지고 

잘려나갈 것은 잘려나가고 

형테를 잃을 정도로 

너의 고통은 구멍난 구두바닥같은 비명을 질렀다.  


어느 군화가 너를 지나갔느냐? 

너의 동작에서는 늘 

피냄새가 났음을, 

세체니정원 무성한 관목들 사이로  

좁은 길이 복잡한 미로를 이루어 빈 벤치가 

군데군데 놓여 있고 

반짝이는 물방울은 적요의 생기를 돋우어 

너는 단조로운 춤을 

생명의 약동인 듯 추었었다. 


어느 이에게 너는 누이였고

어느 이에게 너는 아내였으며 

어느 이에게 너는 딸이었다.  


하지만 지금 너는 

형체를 알 수 없는 

피에 젖은 실뭉치가 되어,  

부서진 나무조각 휘어지지 못해 잘려나간 중지(中指)

우리는 절규하고 

한 웅큼 남은 너를 손안에 쥐고 분노하여 일어선다.


찢긴 우리 살마다 격노한 피가 분출하리니 

우리 피가 우리 분노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우리 분노가 우리 죽음에

표현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를 속박하는 실을 우리가 끊고 

하얀 천으로 얼굴을 둘둘 감은 마리오네트들이 

차례차례 

차가운 포도 위에 내던져지고 있다. 


산산이 깨진 마리오네트여.

저만치 떨어져나간 너의 눈동자가 

중심으로 갈수록 더 또렷한 유리알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비둘기 날개의 왼쪽이었느냐 오른쪽이었느냐?



댓글목록

봄빛가득한님의 댓글

profile_image 봄빛가득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무실 복도 끝에서 열세 살 어린 소녀가 나에게로 뛰어와 내 품에 안기며 속삭입니다.

"혁명은 실패하였지만 갈라진 이성의 장벽은 무너졌어요."

비 갠 후의 아침 하늘이 다뉴브강의 푸른 물결보다 더 푸르네요.

푸른 하늘 저편으로 죽지못한 이들을 위한 소녀의 울음소리가 퍼져나갑니다.

삶과 죽음의 전주곡은 수많은 세월이 흘러도 우리들의 가슴에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머물다 갑니다. 시인님!

* 최근 패러디 작품을 자주 올리시네요. 또 다른 새로움의 추구.. 보기 좋습니다. 건필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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