採蓮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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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34회 작성일 20-07-18 02:44본문
採蓮 II
높은 파도는 저절로 잠재워졌다. 섬이 그리워 한쪽 표정은 잔잔한 연꽃이 되었으나, 다른쪽 감춰진 표정으로 울었다. 새하얀 천이 스르르 얼굴 바깥으로 흘러내렸다. 그것은 수면 위까지 떨어져내렸으나 좀처럼 물 아래로 가라앉지는 않았다.
물방울이 거친 잎맥을 기어오르면, 반대편 경사면으로 주르륵 불협화음처럼 미끄러져내렸다.
청록빛 잎이 끌어들이는 햇빛이 가시 돋친.
오늘 오후는 낯선 사람이 휘파람 불면서 구릉을 올라가 파란 구슬이 또르륵 흩어지는 허공 속으로 스며들어갔다. 연잎보다 가벼워진 그의 뼈를 줍는다. 갈기가 잘린 말(馬)이 드러눕는다. 이렇게 해서 나는 그의 뼈가 가지는 이름을 영영 모르게 되었다. 떠가지도 가라앉지도 못한대서 폐선이리라. 각혈하며 피비린내를 뱉어내는 수면이여. 그렇지. 비참한 가지라도 그 위에 서너송이쯤 부용꽃 피기 마련 아닌가?
타들어가는 연꽃 끝은 조금 말려올라가는 것이었다. 어쩌면 사실 나는, 나 자신을 한번도 사랑해 본 적 없다고 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나는 한번도 날 사랑해 본 적 없다. 첼로소리의 지문이 묻은 연꽃이 바람에 끄덕인다. 심지어는 펄럭이는 깃발마저 그 곁에 있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혼자 거울에게 말을 건다. 내 발바닥에서 죽어가는 것들을 보아주고, 내 발바닥에서 죽어가는 것들을 울어달라고. 거울이 조용히 깨진다. 연꽃들이 짙푸른 그늘의 사막을 건너간다. 눈을 가린 것인가? 얼굴을 다 덮은 것인가? 배꼽까지 드러낸 것인가? 벌어진 입술에서 자그만 게 한마리 기어나오고 있는 것인가? 오후의 절정이 뜨겁게 고인 바위 끌어안고, 심연으로 곧장 直下해 들어가는 저 많은 익사체들이여.
댓글목록
브루스안님의 댓글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자운영 님은 여전히 찐찐찐이네요
좋죠
섹스 수음은 마라톤처럼
건강에 좋다네요 ㅎㅎ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다 쓴 다음에는 시가 제 것이 아니라서, 뭐라 말씀드려야 할 지 모르겠네요.
그런데 화자가 제가 아니라 허난설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