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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에 내리는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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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03회 작성일 20-07-22 00:03

본문



하늘에 비늘이 점점이 흩뿌린다. 내가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에도 

까마득히 높은 은빛 

비늘들 떼지어 어디론가 몰려가는 중이었다.


떠나가는 비늘들은 지향(指向)이 없다. 그저 반짝반짝 속잎이 가장 빛나는,

촉촉히 물비린내 풍기며 

시멘트 담장 밑 황토흙과 가장 닮은,


청록빛 이끼 

흐느끼는 듯도 싶은,


담장 바깥으로 주홍빛깔 

어른거리는 것이 있다. 담장 바깥으로 

마악 피어오르려는 

되살아나는 파꽃의   

가난한 빛깔 투명한 비에 

새하얀 손 잘려나가듯.  


비를 조용히 맞는 그 사이  

라일락나무 잎들이 연록빛에서 청록빛으로 

한 뼘만큼 깊어진다.

편지를 쓴다.   

후두둑 듣던 조용한 소리가 

아득히 멀리서 오는 쏴아아아아

성난 소리로 이어지는 것이니. 


어쩌면 보일 듯도 한데. 

가지와 거기 달린 무성한 잎들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무연히 녹음들이 겹쳐 

생겨난 길. 청록빛 옷 갈아입으며 

거기 있을까? 바다 건너 유리창 여는 사이 

사라져버리지는 않을까?

빗줄기 파꽃 흔드는 

파꽃 물방울

튕기는


초여름 하루 

내내 

나,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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