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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러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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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고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30회 작성일 20-07-22 14:05

본문

블랙 러시안


누군가의 영혼이 엎질러진 듯

탁자 위에 아물지 않는 상처가 흐르고

흐르다 비수의 혈흔처럼 말라가고

                  

눈동자와 심연 사이에 열린 창

어둠이 안아주면 낯선 도시의 밤은

동굴에서 듣는 신비한 전설 같아

조개껍질로 새를 만들고

 

오래 전에 죽은 이들은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문장 속에 모여

잊혀진 이름과 시린 손 맞바꾸기도 하고

          

자신을 찾아 절망을 건너는 고독은

늙은 바텐더의 냉소적인 입술에

흘러내리는 귀를 매달고

          

깨어질 듯 차갑고 투명한 잔은

고향에 두고 온 슬픔처럼


노을에 익어가는 토마토처럼

천국의 경계 위로 자꾸 엎질러져요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시간

재즈처럼 달콤해지고

  

이름 모를 발자국들이

비틀거리는 어둠에 기대어

꺼져가는 별빛 어루만지고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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