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묻은 시간들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과거에 묻은 시간들
-벨라-
봉고차가 공사장에 부리고 간 인부들이
익숙하게 장비를 꺼낸다
연장이 없는 인부들은 벽돌을 나른다.
나는 벽돌을 나르는
공사장의 인부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붉은 장갑에 묻은 지문
손가락 각질, 꺾인 손목, 굳은 팔뚝
그리고 손가락 끝에서 자라난 말(言)이
어깨까지 도달하기도 전에
어떤 인부는 숨이 덤덤해지고 만다고,
이쯤에서 말을 멈춘 나는
숨어있는 희망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깃털들이 날개가 되는 꿈을 꾸고 나서.
메울 수 없는 절벽을
가볍게 건너는 새들을 보고 나서.
과거속의 하나의 동상이 공원에 서 있다.
접착제 같은 비가 내린다.
인부들은 오늘에도 벽돌을 나른다.
나도 비슷한 것을 날라본 적은 있지만,
몸에 관한 한
그 때의 기억을 무참히 끊어 낸지 오래다.
내가 엮어가는 현재와 미래도 그렇게 될 것이다.
힘겹게 끝까지 완성하고 난 뒤
무너뜨리는 블록 놀이의 규칙처럼
12시가 0시로 돌아오는 시계를 본다.
날개가 달려있는 새들이
본능의 힘으로 날아가는 것을 바라보며
기억들이 되 돌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목록
너덜길님의 댓글

좀 투박한 듯 담담하게 풀어나가는 묘사와 서술이
잔잔하게 다가오는 시로 읽힙니다.
좋습니다.
더 좋은 시들 기대해봅니다.
벨라님의 댓글의 댓글

뵙게되어 반갑습니다
좋게 읽어 주시니 글 쓸 힘이 나는군요
좋은 밤 보내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