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기린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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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벨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12회 작성일 20-07-26 11:21본문
아파트에서 기린이 산다
-벨라-
고층 아파트 위에 달이 떠오르고
아파트가 그림자를 길게 풀어 놓으면
목이 긴 기린이
입에 둥근 달을 물고 있는 것이 보여
홍학들은
별빛에 반짝이는 강변도로를 거닐고
운이 좋으면
코끼리를 삼킨 보아가
강물을 따라 흘러가는 것을 볼 수도 있어
옆 동 기린이 다가와 긴 목을 비벼대고
하나둘씩 창가에 불이 꺼지면
빼 꼼이 열린 창문 틈 사이로
낮 동안 덮어쓴 허물을 벗은 동물들이
작은 우리 속에서 뒹구는 것도 보이지
이따금, 긴 목을 뜨겁게 부비 던 기린이
갈증을 느낄 때면
강물에 머리를 집어넣어 목을 축이다가
물 위로 흔들거리는 나룻배를 발견하지
기린의 목을 스쳐 지나는 젖는 바람이
이리저리로 몰려다니면서
반짝이는 초록별 가루를 흩뿌려
밤하늘을 예쁘게 수 놓는 것도 구경하지
별들이 하나둘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하면
기린들은 긴 모가지를 비비며
강을 건너는데, 그럴 때면
기린의 엉킨 목에서 노 젓는 소리가 들려
가끔 눈빛 파란 표범이 어두운 강변 따라
사르륵 사르륵
기린의 그림자를 밟으며 따라서 가고
달은 귀가하는 이들을 지켜주고 있지
고층 아파트가 있는 곳에는 기린도 살지
댓글목록
너덜길님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파트와 정글의 동물들을 빗대어
서로를 교차시켜 놓으셨군요.
시의 성공과 실패는 놔두고서라도,
시의 읽는 맛을 살리려 애쓴 흔적이 보여서 좋습니다.
잘 읽고 담아갑니다.
벨라님의 댓글의 댓글
벨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 오늘 복날입니다, 몸보신 하십시요
그리고 시원찮은 제 글에 관심을 보여주셔서 무한리필 감사드립니다
지속적인 지도 편달 부탁드립니다.
즐거운 주말 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