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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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소설 / 백록
개들이 물길을 거스르며 헤엄을 치는 여기는
시쳇말 그대로 개천이다
우왕좌왕 개판 같은 와중에서
누가 툭 내뱉는 소리
‘소설 쓰시네’
이 소리를 듣고 옥신각신하는 개들
한마디로 야단법석이다
하여, 나만의 나라말 사전을
샅샅 뒤진다
시끄럽게 떠도는 소문을 왜 지껄이냐는 듯
설사 같은 소리 그만 작작하라는 듯
한여름에 쌓인 눈을 치우냐는 듯
거짓 나부랭이를 쓰느냐는 듯
억울한 누명을 씌우냐는 듯
대강 그런 줄거리인 듯
이 삼복을 물어뜯으며 저토록 짖어대는 건
도대체 무슨 소설인지
오늘도 작달비는 치닥 치닥거리고
서슬 퍼런 검객들은 주인 갈려
갈팡질팡 서로 육박전이고
갈수록 나라 꼬락서니는
가히, 개꼬라지로다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난독증 / 백록
한때, 이리저리 헤매던 나는
아비뇽의 처녀들을 캔버스로 갈가리 오려 붙인 피카소를 포켓몬의 피카츄라 읽었다
핵의 아버지 아인슈타인을 괴물을 만든 프랑켄슈타인이라 읽었다
달걀을 품은 에디슨을 신비주의 시인 에머슨이라 읽었다
죽어도 이 섬에 처박힐 나는 늘
세종의 점 하나를 떠올리며 새벽종의 해라 떠벌렸다
밤이면 달을 기다리며 돌의 씨앗이라 씨불였다
이도 저도 아니다 싶은 지금 나는
아래아, 그 점 하나를 찍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별이라 읽고 있다
문득과 언뜻 사이에서
'무엇이 성공인가?'*를
연거푸 뇌까리며
오독오독 되씹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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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프 왈도 에머슨 (Ralph Waldo Emerson)의 시
두무지님의 댓글

좋은 내용 존경 스럽습니다
많은 발전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