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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 (忘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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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벨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40회 작성일 20-08-04 06:04

본문



망각(芒角 )

 - 벨라 -


* 뼛속으로 들어간 피아노가 운다

희거나 검거나

그 사이이거나

죽기 전 마지막 손마디

붉은 울음이 편지를 쓴다

그녀를 위해 기침하는 건반이 튄다

밤에 구운 음악은 빗줄기 속을 걸어간다

녹아내리기 위해서 흘러가기 위해서

 

* 모서리는 슬픔이 자란 뿔이다

슬픔이 앓는 각은 폐결핵 3기다

서로 기침을 이해하는 데 한평생이 걸린다

각혈은 시간이 역류한 뜨거움이다

물을 벤 칼들은 굽이친다

그리움은 옛집으로 가서 죽은 눈알을 꺼낸다

푸른 눈썹을 주워 달의 눈동자에 단다

달 아미 환한 뒤뜰에서 삭은 뼈들 서걱거리는 묘혈을 연다

생가엔 오래전 부서진 살점이나 깨진 이빨들

죽은 나뭇가지 아래 고요가 제 발가락을 핥고

그 아래 고요보다 깊은 고릿적은 백골화되어 있다

 

*망각은 바람이 빚은 선율을 듣는다

망각은 무너진 뒤축으로 기우는 어제다

하얗게 증발한 수증기가 기차를 몰아온다

바닥이 맨발로 튄다

면 하나를 지우기 위해 몇 날 며칠만 지나면

 

* 칼이 물이 된다

물이 칼이 된다

절벽을 가로질러 지붕을 어슷하게 썰며

물과 불의 임계를 무너뜨린다

길바닥 우렁우렁 때리며 청어가 돌아온다

편편한 옥상에 눕는다

가문 달이 떨어뜨린 눈썹 하얗게 젖어 백미다

눈썹과 눈썹 사이 무중력으로 물든 청어가 몰려온다

철철철 푸른 눈알이 구른다

미간 너른 지방을 떠돈다

모른다, 모른다, 몰아치는 파도를 넘었다

물소리만 들으면 침몰하는 절벽

아아아 벌린 목구멍으로 청어가 돌아온다

 

* 뼛속으로 들어간 피아노가 운다.

죽기 전 마지막 손마디 붉은 울음이 편지를 쓴다

밤에 구운 음악은 빗줄기 속을 걸어간다.

녹아내리 위해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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