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 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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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576회 작성일 20-08-06 17:21본문
입추 전야 / 백록
올해는 대서와 중복이 더위를 잊고 지나는가 싶더니
달력으로 어느새 가을이 얼씬거린다
소위, 내일이 입추라며
공중을 흐르던 대기의 강이 연일 범람하더니
이 땅의 강들은 속수무책이로구나
환한 달님도 며칠째 오리무중이고
호시탐탐 여기를 노리는 태풍이라도
얌전히 지나치면 좋으련만
그나저나 머잖아 서늘한 바람이 불겠지
보나마나 찬 이슬 내리겠지
쓰르라미들 슬피 울겠지
쓰르르 쓰르르
논바닥에 쓰러진 농심들
따라 울겠지
헛 늙은 내 이명은
벌써 지랄이지만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여름 운동회 / 백록
여기는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거창한 현수막이 걸린
코로나 운동장입니다
그 규모는 한마디로 어마어마합니다
지금 트랙에서 한창 벌어지고 있는 경기는
더위에 강한 청군과 비에 강한 백군의 오래달리기
그 출발점은 열대우림의 적도입니다
이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달리고 있습니다
그 땀은 마치 폭우를 연상케 합니다
얼룩진 눈물과 콧물도 뒤범벅입니다
관중들의 들숨 날숨도 이미 마스크에 구속 중이라
소리지르기는커녕 숨 고르기조차 벅차답니다
무지막지의 난폭한 질주들
그 결승점이 어디인지 막막하므로
끝내, 누가 이길지도 모릅니다
먼저 치고 나가는 선수가 우승하리라 예상되지만
결코, 뒷심을 무시해도 안되겠지만
그건 심판의 영역일 뿐입니다
태평양에서부터 그들을 바짝 따라붙고 있는
태풍이라는 이름의 시원한 판가름만
조심스레 기다릴 뿐입니다
그 바람의 바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