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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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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창문바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0회 작성일 20-08-09 14:42

본문

마루/창문바람


마루에 앉아 햇빛이 왜 싫은지를 생각하고 있어

이렇게 맞고 있으면 익다 못해 타 죽을 것만 같다가도

시원한 곳에서 바라보면 최고의 필터가 돼버리는 그런 햇빛

늘 이맘때쯤이면 마루에 앉아 잡생각을 하곤 했어

더 이상 엉덩이 옆에 미숫가루와 수박이 놓이진 않네

모두가 바쁜 평일 오전, 어른 씩이나 돼서

가만히 마루에 앉아 이런 망상이나 하고 있다니

그러고 보니 천장이 이렇게 가까웠었나

마루에 앉아 햇빛이 왜 싫은지를 생각해봤어

누군가 애지중지 가꿨던 정원은 잡초 숲이 되었고

정원을 뛰어놀던 백구는 숲 한가운데 풀꽃이 되었지

그리고 하나 콕 집을 수도 없게 다른 사람이 된 정도로 변했음에도

변했다는 사실조차 인지 못한 어른이라 불리는 나

그중에서 변하지 않은 것은 햇빛밖에 없었어

변치 않는 햇빛을 보느라 세상도 나도 변하는 줄 몰랐던 거야

햇빛이 그대로니까 나도 그대로 일 줄만 알았어

변해버린 내가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쏘아대는 저 햇빛이 싫어

그 여름날이 햇빛이라는 필터에 씌워져 추억이 되네

정말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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