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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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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632회 작성일 20-08-11 00:09

본문



어젯밤 사슴이 내 머리맡에 왔다 갔다. 어느새 머리 없는 몸통이 내 눈에 익숙해져버린 사슴. 그는 나를 사람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나는 어느 먼 섬으로부터 왔다고 한다. 읽다가 머리맡에 놓아둔 시집의 책장과 책장 사이에 섬이 있다고 한다. 내 고통에는 접힌 흔적이 있고 목쉰 흔적이 있고 내 다리 사이 지느러미는 부어서 내가 얼마나 멀리 표류해왔는지 말해준다. 내가 어머니를 부르는 다른 말은 자운영이다. 그것도 지금 나보다 어린 어머니를 부르는 말이다. 그 시인은 거제도와 통영 사이 어느 외진 등대에서 혼자 산다고 한다. 사슴의 아내가 얼어붙은 바윗돌 위에 자운영 키우며 산다고 한다. 작은 쌀알들처럼 떠다니던 별빛이 떨리다가 눈부신 비늘들의 격류로 거대하게 부풀면, 시집을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내 안에 머리 없는 사슴이 늘어간다. 내 안의 머리 없는 사슴들은 모두 각혈을 하고 있었다. 나는 벌거벗고 자맥질하러 달빛 속으로 들어갔다. 일렁이는 빛으로 가득한 평원을 사슴들이 뛰어간다. 일렁이는 빛의 바다에 둥둥 떠서 시인이 익사체로 누워있다. 나는 내 망막을 한 꺼풀 더 넘긴다. 종이 접히는 고운 소리 대신 접힌 종이 안쪽 고통으로 사슴이 능선을 넘어간다. 사슴 발굽에 자라는 이끼를 핥으려는듯 나는 빛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간다. 나는 벌거벗었고 벌거벗어서 황홀에 차있고 하반신에는 상흔이 가득하다. 익사체가 내게 둥둥 떠왔고 또 사슴이 다가왔다. 모두 보이지 않는 것들이지만 둥둥 떠다니는 익사체가 내 옆구리를 툭툭 건드릴 때마다 나는 더 깊은 잠에 빠져드는 것이었다. 허나 내 의식은 정반대로 또렷해졌다. 갑자기 눈을 뜬 나는 창을 열고 다자이 오사무가 투신하였다는 밤하늘 속 자오선을 찾다가 거제도와 통영 사이 그 어디쯤에서 이 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했다. 


          



 


댓글목록

김용찬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용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잘 읽었습니다..딱 하나만 질문드리겠습니다

여기서 사슴과 마지막 연의 詩를 연결하는 알고리즘이 무엇인가요? 궁굼하군요...!!아, 또 하나, 화자는 원하는 시를 쓰고싶은 고뇌에 차있으나 자살에 대한 의식은 찾아 볼 수 없는데 디자이 오사무라는 고리타분한 작가를 마지막에 소환한 이유가 사뭇 궁굼하군요..!!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시의 자살행위라고 누가 그러셔서요.

그냥 앞부분에 다 나온다고 밖에 말씀드릴 수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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