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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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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작은미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32회 작성일 20-08-11 04:25

본문



아버지가 깨졌다.

껍질 깨진 아버지.

껍질 깨고 하얀 탄력의 윤기나는

삶은 달걀조차 삼키지 못했던 아버지

엄마 껍질만 깨고 깨던 아버지

아버지가 깨지고 껍질이 벗겨졌다.

삶은 달걀을 깨고 벗겼는데 아버지의 흰 자가

투명하게 흘러내렸다.

싱싱한 아버지의 노른자가 쳐다본다.

아버지가 깨졌다.

깨지고 껍질이 벗겨진 아버지는 삶은

달걀 이었다.

얼마나 싱싱하고 싶었을까

얼마나 하얗게 흐르고 노랗게 싱싱하고

싶었을까?

아버지가 깨졌다.

껍질 깨진 어버지는 깨진 채로 살다 살다

당신 스스로 벗기지 못한 껍질들을 원망했던

내 손을 잡고 말없이 웃기만 했지

달걀이 깨졌다.

아버지도 깨졌다.

나도 깨졌다.

껍질 벗겨보면 싱싱했던 흰자,노른자

흘러 내리지

살다 살다 삶기고 삶기고 눈밑에

소금 찍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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