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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파행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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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피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92회 작성일 20-08-14 01:52

본문

아직 무너져내릴 것이 있다면 그야말로 위험하다
다 무너지고 난 이후에 남은 잿더미가
무슨 수로 운동에너지를 가진단 말인가.

생각이나 해 보았는가, 너 인간아
도덕의 금자탑은 너무 가파르게 서 있는데도
유지 보수조차도 한계에 다다랐다
그럼에도 중력을 한사코 거부하려고
몇 가닥 구부러진 철심에 안간힘을 쓰고
자못 치열하게 붙박인 저 모습을 보라!
그 피사의 사탑도 점차 직립하는 마당에

요컨대, 서 있으려거든 굳건하고
못하거든 완전히 내려앉아야 한다
다이너마이트 없는 철거반이 잠자코 지켜보는
이 문명은 그저 언제 침하할지 모른다
언젠가 마지막 등불이 꺼지고
마지막 전류가 생을 다한다면
언제나 풍화 작용하여 다시 그 푸른 산이 될지
아무도 대답하지 못하는 까닭이 있을 뿐

이러니 참으로 알량한 동물이란다
죽음에 가까운 것들이 삶을 빙자하고
존재를 자아냄은, 실은 그 무의미함을 알기에
어떻게든 거기서 벗어나고자 할 뿐이지

진정한 삶을 위해서는 파행이 불가피하다며
세상은 소름이 끼치도록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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