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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촌역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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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소녀시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6회 작성일 20-08-16 09:51

본문

강촌역 일기



라벤더 향 가득한 강촌역
강 건너 느티나무 마을은 배를 타고 가야 한다

밀봉된 이승의 입김을 먹기 위해
태초의 마그마가 희석된 자갈 숲을 뚫고 나온
빙어 떼는 저마다 나룻배 물여울에 머리뼈를
부딪쳐 자결하고 그 주검은 여름 한낮 소나기가 빚은
무지갯빛 쌍곡선 변곡점을 지나
북쪽 하늘 구름밭 사이
작은 오솔길에 닻을 내린다
의암호의 꼭짓점 지평선에서 서성이던 일곱 선녀가
저승사자의 수신호를 받아 행동을 개시한 것은 바로 그 시점
의암 호반 깊은 골짝에서 발원한 하얀 물안개는
구곡폭포의 늑골을 두 동강 내고
깔딱 고개를 넘어 소원탑에 멈춰 합장한다

자기도 모르게 얽히고 뒤틀린
삶의 실타래를 풀기 위한 기도일까
빛바랜 운명의 각도를 조율하는 걸까
아니면
보이지 않는 칠흑의 인연을 애써 지우는 걸까

천 개의 착각을 구상한 명멸의 줄기세포 작가는
길을 잃은 유화 캔버스에 북망의 퍼즐을
추상하고
남아있는 조무래기 물상들의 진실은 허랑의
바람으로 변신, 북한강 상류 착란의 바위섬에
상륙했다
어느 늙은 기초수급자 부부의 이별여행 일기장
피사체마저도 거뭇한 바위섬 기슭에서
허청허청 고독할 때

아흔아홉 개 샛노란 불빛들이
유령처럼 배회하는 강촌역 플랫폼

마지막 달맞이꽃이 낳은
별빛 한 보따리의 기억들,
이제는 서로 뒤엉켜 어깨동무하며
짧은 여름의 서울행 막차에
연초록 그리움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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