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라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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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508회 작성일 20-08-16 17:25본문
기라바해 / 백록
물의 요정 크리티에는 태양의 신 아폴론을 사랑하였다는데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앉아서 해만 바라보았다는데
아흐레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매일 해만 바라보던
그녀의 다리는 땅속으로 들어가 뿌리가 되고
얼굴은 꽃이 되었다는데
생략된 신화神話의 줄거리
그 술수로 비치듯
우리의 거룩한 태극을 시뻘겋게 물들이며
반도의 건곤감리를 무자비하게 짓밟으며
동해의 태양마저 능멸한
너의 본색은 그야말로
질투와 노략질의 화신이다
이제나저제나
치졸한 모략의 변신이다
하늘의 불만을 노리는
물의 귀신이다
친일 같은 속셈의 이름씨
향일화向日花니 조일화朝日花니
왜곡의 체본을 품고 욱일의 햇살을 뿌리는 너는
일장춘몽의 일편단심일 뿐이다
머잖아 그 문양 같은
화산으로 지진으로
피비린내 진동할 것이다
침몰하고 말 것이다
곧, 사라지고 말 것이다
이 지구상에서
떼거지 같은 너를 볼수록
진땀이 흐르는구나
짜증이 섞이는구나
하여, 오늘부터 난 널
거꾸로 읽을 것이다
낯 뜨거운 생떼의 족속들아
당장 물렀거라
댓글목록
sundol님의 댓글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속이 다 후련해지는 시 한편..
너무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grail217님의 댓글
grail217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ㅋㅋㅋ역시 신춘문예 출신..
시마을에서도 상을 받고..
떠나지 않고 매일 보니까..
기분이 좋고 마음도 좋고..
고맙습니다..
^^..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두 분 시인님 댓글 감사드립니다
답글은 졸시로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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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제를 위하여* / 백록
따라 따라 따라라...
한때 잔뜩 구겨진 오선지의 콩나물 대가리를 따라
열 손가락 크트머리에 괭이가 박히도록
오르락내리락 수없이 긁어댔지
나의 육식六識 같은 클래식의 현을 따라
왼손의 코드와 오른손의 아르페지오가 서로 부둥키며
속살을 더듬고 가슴을 파고들었지
절절한 후렴구의 멜로디를 되풀이하며
누군가를 막연히 그리워하며
붉은 오르가슴 같은 언젠가의
향기를 마구 떠올렸지
그런 나의 사랑을 위하여
어리숙한 고독에 몸부림치며
막연히 누군가를 따라
따라 따라 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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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토벤이 작곡한 피아노 독주곡 차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