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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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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창문바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67회 작성일 20-08-20 04:43

본문

적란운/창문바람


너는 참 높고 커다랗다

한가득 품고 있는 건 아마 웃음이니 행복이니

그런 무작정 좋은 것들

내 소원은 너에게서 부풀어 오르다 못해

빵빵 터져 나오는 그런 무작정 좋은 것들을

온몸 가득 품어보는 것이다


그런 네가 내리는 비는

누군가를 추위에 떨게 하지도

무언가를 무너트리지도 않을 것이다

너는 어느새 내 눈에 들어와 소나기를 뿌린다

단비는 슬퍼서 오는 것이 아니란 것을 잘 알았다

고개를 한껏 들고 쏟아지는 따스함으로 목을 축인다


썩어있다 여겼던 내가 피어난다

시들었다 여겼던 내가 피어난다

그렇게나 커다랗지만 때 하나 타지 않은 네 앞에서는

아무리 꽁꽁 싸매도 헐벗겨져 있는 것만 같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하기 전에

만발하는 그 웃음을 저절로 흉내 내게 된다


너로 인해 피어난 지금, 낮별들을 쬐며

바람결따라 펄럭이는 하얀 스커트를 본다

너는 그렇게나 커다랗지만

손으로 잡을 수 없구나

너는 그렇게나 커다랗지만

이 작은 눈동자 속에 담을 수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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