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리는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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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드리는 침묵 / 김 재 숙
서로의 난간을 붙들고
그늘로 다독이는 습한 웃음
창은 어둡고 밖은 너무 환해서 뜨거운 것
모서리에 기댄 가장자리 벽이 고해성사를 할 때 즈음
지워진 홍자색 입술은 그녀를 꺼내 놓고
나가도 될까요
혹여 늦었나요
어그러진 침묵이 조용히
흩어지는 독기를 오래 중얼거리던 그녀의 마른 가지에
배롱나무 꽃 피워내는 그저께
훨씬 전부턴가
벽에는
창이 달리고
침묵은 내내 두드리는 소리를 냈다.
댓글목록
코렐리님의 댓글

훌륭한 시 잘 감상하였습니다.
활자들 사이로 자욱히 번져나오는 독한 향기가 붉은선님 시의 특징인 것 같아요.
이것은 단지 시어의 활용뿐만 아니라 시를 쓴 사람 그 자신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꾸욱꾸욱 눌러쓴 듯 의미 깊은 시어들도 너무 좋습니다.
좋은 글 많이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너덜길님의 댓글

현실에서, 망치로 두드린다든지,
또는 주먹으로 두드리는 것보다,
침묵 속에서 나를 바라보는 이의 두드림이
훨씬 둥둥거리며 울릴 때가 있지요.
"침묵은 내내 두드리는 소리를 냈다."
이 마지막 행 하나만으로도 시의
울림이 충분히 전해져옵니다.
잘 읽었습니다.
붉은선님의 댓글

찾아주시고 살뜰히 평해 주심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두분 시인님~~^*^
아침입니다~~~
좋은하루 되십시요 두분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