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안으로부터 두드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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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은 내게 갑자기
어떤 빛깔 어떤 음향으로 찾아오곤 합니다.
나는 들리지 않는 것을 귀 기울여 들으려
애쓰는 병이 있습니다.
창문을 열자 시린빛과 연록빛이 흘러들어와
색채들끼리 긁히며 마찰음이 방 안 가득 들려옵니다.
그대여, 이 마찰음 안을
들여다보세요. 엽록소로 가득한
후박나무 잎 안 공간을 들여다보세요. 가득찬 것같던 공간이
사실은 빈 틈으로 이루어진 것을.
그 견고한 투명함의 안을
두드려주세요. 후박나무 잎맥들 벌거벗고 뛰쳐나가는
그 무한한 약동(躍動)에 키스해주세요.
벽에 귀를 대고 자꾸 귀 기울이다보면
내가 가난해지는 것을 느껴요.
사방 벽이 내게 다가옵니다.
비도 오지 않는데 일렁이는
연분홍 복숭아꽃 통증들.
꽃마다 다른
통증의 표정들.
독한 향기가
내 귓속에서
시퍼런 것을 넓게 넓게 펼칩니다.
무너지는 폐 속에 선혈을 담은
내게는 침묵 밖에 없어요.
가라앉지도 떠가지도 못하는
폐선의 뻥 뚫린 옆구리처럼,
이 침묵을 이렇게 닦고 또 닦는 것은
내가 당신에게 드릴 것이 이
가난함뿐이기 때문이지요.
언젠가 당신을 언어
바깥으로 높일 것은
오직 이 가난함뿐이기에.
말과 말 사이 경계
바깥에 선
그대여.
** 붉은선님의 훌륭한 서정시를 읽고 저도 한번 써보고 싶어서 올려봅니다.
붉은선님 훌륭한 시에 폐가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붉은선님 훌륭한 시 고맙습니다.
댓글목록
붉은선님의 댓글

화들짝 놀랐습니다~~~ 훌륭하다고 까지 평해 주신 시인님께 갑자기 부끄러워서 입니다 ~~
시인님의 글을 열면 공감이 있고 감동도 있는 저는 항상 즐겁게 찾아 봅니다~~^*^
부족한 저에게 스스로 발전할 수 있게 용기 주심을 깊이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날 되시길 바랍니다 시인님~~^*^ (꾸벅)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저도 시를 오래 써왔기 때문에 좋은 시를 보면 이 시가 장차 어떻게 뻗어나갈지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 시에 쓴 표현 - 연분홍 복숭아꽃이 덜렁이는데 꽃마다 통증의 표정이 다 다르다 독한 향기가 내 창문으로 들어온다 -
는 님의 시에 대해 제가 느끼는 감상입니다.
정진하시면 충분히 일급 서정시를 쓰실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저는 매운 지조가 느껴지는 단단한 시와 향기가 입혀진 언어를 존경합니다.
빛날그날님의 댓글

제 초고는 컴백홈 했습니다. 댓글도 가져가서 살필 것입니다
우수작에 선되신 것 축하드리고요. 시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신
님께 찬사를 보냅니다. 댓글 고마웠습니다. 최승화 드림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훌륭한 시들이 많아서 우수작이라고 해도 무슨 의미가 있나 싶네요.
그냥 심사위원님 기호에 더 맞았나 보다 하는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제 의견은 그냥 개인적인 것이고 빛날그날님 스타일에 맞지 않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
고맙게 생각해주시니 제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