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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독스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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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90회 작성일 20-08-25 11:58

본문

패러독스의 역설 / 백록



일장춘몽의 올림픽으로 가던 길목
그해 봄엔 유달리 진달래 만발했다
이에 질세라 철쭉도 참꽃 개꽃 따질 것 없다며 덩달아 촐싹거렸다
사람들은 너무 기쁜 나머지 하나 둘 도시를 떠나 산으로 올랐다
느림보 거북이와 마라톤의 영웅 아킬레스도 서로 다투며 올라갔는데
이 소문을 들은 철학자 제논은 거북이가 먼저 출발했으므로
아킬레스는 결코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했다
자다 깬 개구리들 어이없는 소리라며 폴짝폴짝 뛰어댕겼다
귀 쫑긋 세운 노루들도 세상 오래 살고 볼 노릇이라며
산자락을 기웃거렸다
그해 여름엔 비도 왕창 내리고 볕도 쨍쨍하여 해바라기들 활짝 피었다
그해 가을엔 코스모스들 들녘을 울긋불긋 수놓았다
물론, 그해 겨울엔 펑펑 나린 눈꽃들 흐드러졌을 터

그해엔 사람들 동공으로 눈물 가득
무릇, 감동의 도가니로 휩싸였다
너도나도 너무 기쁜 나머지
마스크로 입을 가려 기꺼이 체면치레했다
도시엔 만성의 교통체증이 싹 사라지고
텅 빈 거리엔 잘난 사람 못난 사람 할 것 없이
재난지원금으로 놀고먹도록 했으니
그야말로 평등한 사회를 이룩했으니
언뜻, 여기가 천국인 듯했다

백서白書와 흑서黑書의 동시 주인공인 누구는
여기를 발설지옥이라 까발리기도 했지만
코페르니쿠스의 역설처럼
마치, 천기누설인 양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바람과 맞선 하르방의 생각을 읽다 / 백록


마파람 돌바람 탕탕
한바탕 몸부림치던 날
억새들을 짓밟으며 오름을 기어오르는 소리를 따라
억억 울부짖는 바람의 낌새를 훔친다
산자락을 휘저으며 지나치는
휘파람의 발악을 들으며

바람을 읽는 이 휘둥그레진다
돌하르방 두 눈이 부릅뜬 까닭이란다
망나니 같은 동태를 살피려고
돌하르방 귀가 당나귀처럼 생긴 까닭이란다
환장한 광질의 칼질에 부러질까
돌하르방 코가 뭉툭한 까닭이란다
함부로 나불대다 혀 다칠까
돌하르방이 앙다문 까닭이란다

하르방의 두 팔뚝은
이 섬을 굳게 지키려는
당신의 심기란다
하르방이 꾹 눌러쓴 벙거지는
한라의 영봉이란다
벗길 테면 벗겨보라는
당찬 다짐이란다

오늘은 마침, 세찬 바람 닥치는 날
문득, 돌이고 싶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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