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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臨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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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주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35회 작성일 20-08-26 10:08

본문

임종(臨終)/ 주 손



마지막 날엔 다행이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방바닥에 붙은 그와 졸지에 소환된 고향벽에 붙은 그

허공에 흩어지는 어색한 적막

거친 숨비소리 오르막이 힘겹다


문득 소환되는 과거

그가 달려 오기도 하고 그가 달려 가기도 했다

살갑고 애틋한 정 이었다


누런 벽지의 꽃대가 서서히 흙을 털며 일어서고 있었다

해체됐던 몸이 갑자기 뼈를 추스리며 벽을 당기더니

늙은 감나무에서 물러터진 홍시가 주르륵 쏟아졌다


뼈가 뼈를 뻗더니 뼈를 당겨 안았다

결국 뼈는 뼈를 안아 주지 못했다

그와 그의 얼굴을 어루만지던 허공이

일그러진 미소로 혀를 날름 거렸다


입술 주위로 하얀 모기떼가 쇳소리로 몰리더니

무언가를 잡으려든 그의 손가락이 툭 떨어졌다


이마에 흘러 내리는 한기를 쓸어 올리며

하얀 설원으로 토끼 한  마리가 사라졌다


곁에 있어 그나마 다행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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