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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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319회 작성일 20-08-28 13:13본문
그녀가 입술을 떼는 듯 마는 듯 혀 끝으로 순은(純銀)을 톡 톡 건드리는 톤 홀에서는 혀가 약간 아린 맛 쇠맛이 살점 다 발라내고 금속성 뼈만 남아 발가벗고 시리도록 에메랄드빛 바다에 뛰어들어 진주알처럼 익사해가는 것이다.
아니, 그녀의 입술은 아직 촉촉하고 아침 제비꽃 윤곽이 색채 및 그림자와 겹치는 소리 황홀한 그녀는 내가 미처 아지 못하는 사이 풀렝의 플루트 소나타 속 레가토 드레스 입고 밤꽃 향기 음표 부끄럽게 남기고 후박나무 잎들 속으로 걸어들어간 것일까? 오르페우스를 후박나무 녹음 안에서 님포들이 붙잡고 사지를 찢어서 학살했다고 하던데 노천명은 외다리 소반 앞에서 다 쓰지 못한 시를 허겁지겁 삼키다 배를 움켜쥐고 죽었다고 하던데 텅 빈 항아리를 잉태한 그녀는 아직 마지막 곡을 온기 서린 플루트 안에서 끄집어내지 않았다.
새하얀 천으로 얼굴 둘둘 감은 그녀는 얕은 바다, 바람이 불 때마다 선홍빛 산호 가지 흔들흔들거리기도 하는 투명한 집을 파도 너머 열대 바다 고독한 청록빛이 외롭다 외롭다 못해 하얀 진주알들로 응결해 가는 빨간 열매가 톡 하고 맑은 수면을 차고 밀림 속으로 뛰어들어가 버리는 그 순간을 은빛 막대같은 것으로부터 끄집어내려하고 있다.
댓글목록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플루트와 연주자와 그 신비한 음색을 절묘한 조화로 그려내셨군요.
표현 하나하나가 플루트의 아름다운 소리를 더욱 신비롭게 하고 있습니다.
세 번 글을 읽는 동안, 불어 넣은 호흡이 되돌아 나와 귀를 때리는 듯합니다.
코렐리님, 절창이군요. 고맙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과찬이십니다. 플루트 연주를 어디서 들을 일이 있어서 음악 속에
있는 사람을 움직이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다가 이런 시를 쓰게 되었네요.
늘 느끼는 것이지만 석류꽃님은 시를 보시는 눈이 아주 탁월하신 것 같습니다.
속까지 꿰뚫어보셔서 감탄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훌륭한 시를 쓰시는 것이겠지요.
절창이라 하심은 과찬이시구요, 쓰는 동안 재미있었습니다. 잡히지 않고 잡혀서는 안되는 것을
잡으려 애쓰는 과정이었으니까요.
석류꽃님 훌륭한 시 올라오길 고대하고 있습니다.
지적이고 단단한 서정이 이번에는 어떤 풍경을 잡아내나 고대하고 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께서 기다리고 계실 것 같네요.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의 댓글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과찬이십니다. 늘 저를 부끄럽게 하십니다 ㅎㅎ.
이 글을 읽으며, 천경자 화백의 꽃과 여인이란 그림을 생각했는데
비교할 수없는 아름다움의 신비로 느껴졌어요. 고갱의 그림속으로 들어갔다 오기도 하고
그가 사랑한 타히티의 에메랄드 빛 바다를 들여다보는 듯도 하였습니다.
새하얀 천으로 얼굴을 둘둘 감은 신비한 그녀도 만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플루트에 관한 한 이보다 더 아름다운 글은 아마 앞으로 만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쓰면서 딱 그 생각을 하면서 썼는데 신기합니다.
역시 혜안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이하여백님의 댓글
이하여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첫 연의 묘사가 그림처럼 다가옵니다.
음악을 그림으로 묘사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텍스트로 묘사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워 보입니다.
시인님의 남다른 묘사력에 한 걸음 놓고 갑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과찬이십니다. 플루트 소리의 그 아름다움은 귓가에 선명한데
그것을 어떻게 잡아내야 할 지 막막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