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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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465회 작성일 20-08-29 07:29본문
오래된 책 한 권
석촌 정금용
얼마나 써먹었는지
찌든 세월 동안 깎여 닳아져,
얼룩진 삶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비탈진 산언덕과
이겨낼 수 없어 출렁거렸을 물결이 잠겨있는
소를 닮은 커다란 눈망울과
애잔한 눈물의 실개천 따라 나있는 익숙한 구릉 콧마루에 머무는
어슴푸레 짓는 공허한 미소가 노을빛에 젖어
모르는 세상을 얻어듣느라
언제나 솔깃했던 귓불 안에 사는 푸른 물총새의 부드러운 나래짓과 아직도 쟁쟁한 울음소리와
그 주름진 기억 속에, 일찍이 그만두었어야 했던 숱한 시행착오가 함께
오랜 날을 허둥거려 찾아헤맨 길의 약도같이
공들인 생의 한 바퀴를, 가는 선으로, 붓 대신 투박한 발과 옹이 박힌 손으로
그린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그림책이, 펼쳐도
아무리 다시 펼쳐도
사람이라는, 이름이라는 울타리 속에 얽매여
굳이 구구한 설명이 필요 없는 구름 낀 표정을 표지로 한
독파를 기다리는
오래된 한 권의 낯익은 책으로, 낯선 병실
베개 위에 자리한
댓글목록
작은미늘barb님의 댓글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석촌님! 건강하신지요 마지막 글이 마음에 자꾸 남아 인사드립니다.
아련한 연들이 가슴을 맴돕니다.
어려운 시기에 건강하시고 자주 뵈었으면 싶습니다
꾸벅^^
정석촌님의 댓글의 댓글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보이는 듯 잡히지 않는 글,
젖어 무겁기만 한 허공 아래 맴도는 고추잠자리 같은...
고맙습니다, 작은 미늘barb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