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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이 자꾸 뒤돌아보는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35회 작성일 20-08-29 09:19

본문



숲에서 나오는 길이었다. 몇사람은 조난 당해 자작나무들 사이에서 

자작나무들이 목을 맸다던. 나는 책 한권을 든 사람과


칼 한 자루를 든 사람을 거기서 만났다.

책은 펼쳐져 있었고 칼은 예리하게 


갈려져 서늘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어머니께서도 

거기 계셨다. 가슴을 움켜쥐고 사슴 한 마리 


뿔 위에 전설이 싹트고 있었다. 나는 달구어진

하얀 자갈들을 맨발로 즈려밟더라도 


너를 따라

갔어야 했다고,


펼쳐진 책장이 펄럭이며 내게 

속삭였다. 


하얀 구름이 자작나무 잎을 닦으며 내 유년은 

에메랄드빛 바다와 거기서 가라앉은 배 한 척과 


화창한 날이면 하얀 풍선처럼 부푼 것들이 

떠밀려왔다는,


나도 따라가고 

싶은 청록빛 바다 위의 길 무성한 


칙백나무 가지 잎 어째서 

칼날이 심장을 찌른


나는 숲으로.   


 

      

댓글목록

라라리베님의 댓글

profile_image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조금은 몽환적이고 아련한 빛이 잡아끄는 곳
사슴이 자꾸 뒤돌아 보는 숲에서 저도
한참을 머물러 있다 나왔습니다
그 사슴의 눈빛과 하얀구름이 닦은 자작나무의 희디 흰
전설 속에서 떠오르는 유년의 기억도
함께 해 보았습니다
코렐리님이 보여주는 세상은 언제나 신비롭군요
잠시 현실을 잊게 해주기도 하고요
샘솟듯 쏟아지는 깊은 심상에 늘 탄복합니다
감사히 잘 감상했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시를 쓰면서 생각했던 것들을 꿰뚫어보시네요. 역시 아주 섬세하시고
따스한 눈을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훌륭한 시들을 쓰시는 거겠죠. 
일상 속에서 환상과 황홀을 이끌어내는 것이 제가
시를 쓰는 이유입니다.
공감해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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