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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간 (Pag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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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68회 작성일 20-09-02 01:16

본문

바간 (Pagan) 



- 바간에서는 모든 벌레들을 절규라고 부른다.

 벌레들을 구분하는 단어가 없다. 



더러운 물 위에 사발을 엎어놓고 사는 가난한 사람들이 

대나무를 잘라 앙상한 파고다의 뼈다귀를 깎고 있는. 

보리수나무 드문드문 서있는. 

무릎에 덴 자국이 있는 소녀를 밀어 물에 빠뜨렸다. 

머리 푼 갈비뼈 위에 금박지를 바른 지붕이 담 위로 솟았다.  


허물어지는 벽 위에 

황금으로 무릎까지 덮인 아버지께서 

싱싱한 무화과 잎을 

다리 사이에 붙이고 서계시다는 것이다. 

나는 내 무릎을 베어 그 살점을 지나가는 청사(靑蛇)에게 먹였다. 


긴 혀 낼름거리며

발을 벗고 들어서야 

하늘로 오른다. 


선홍빛 무화과 열매가 쉴 새 없이 떨어져내리는 

폭포가 있다고 한다. 

내가 태어날 적에 머리통이 남들 몇배는 더 커서 

어머니와 나 모두 죽을 뻔했다고 한다. 


황무지 위에는 수많은 파고다들이 

버섯처럼 여기저기 돋아있다고 한다. 

파고다들은 낙타떼처럼 허덕이며 한 방향으로 

황무지를 걸어간다고 한다. 

이것도 다 어머니께서 출산하신 흔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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