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벽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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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벽을 넘어
석촌 정금용
긍정과 겸허했던,
교육으로 다져진 아이가 쌓아올린 의식의 벽을 무너뜨렸다
가족은 물론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저만의 초라한 성을 쌓아 그 안에 스스로 갇혔다
보고 놀란 두 양주의 가슴 벽은 맥없이 무너졌다
가지런했던 가족의 항상을 어지른 조현은,
천근보다 무거운 허탈의 무게를 아이의 어깨 위에 올려놓아 걷는 걸음걸이가 비틀거려 바람을 못 버티는 휘청거리는 코스모스가 되어
풀벌레도 알아 고르는 마음에 풍금 소리를 잃어버리고 허둥거리게 했다
소리 없이 훔쳐 간, 의식을 빼앗긴 마음의 외톨이가 된 아이의 본디를 어디서 무슨 수로 되찾을 수 있을까
생활 속에 녹아들어
복숭앗빛으로 물들어 보기만 해도 아까웠던 반듯한 그 얼굴을 언제 다시 만져볼 수 있으랴
조현이 마구 다뤄 볼품없이 구겨진 저 행티는 우리 애의 마음에서 우러난 것이 아니야
너무 어설피 다뤄 고장 난 의식의 허깨비야
너무 손쓸 틈 없이 흐트러 놓은 의지의 빈 허울일 거야
아이를 둘러싼 두터운 성벽을
제 손으로 허물어 무시로 만나볼 수 만져볼 수 있는, 앳된 장난기에 쾌활한 소년으로 돌아오는 그날까지
안타까이 기다릴 몇 해인가를 더 이상 강퍅해지지 않게 누가 날 좀 손봐 줘
없었던 일같이, 자다가 깬 듯 스스럼없이 반겨맞을 수 있도록 누가 안개에 둘러싸인 어둠을 움켜쥘 수 있도록 날 좀 추슬러 줘
차마 하고 싶지 않은 마지막 염려는, 들고 있기 너무 무거워 그냥 가슴속에 침묵으로 얼버무려 묻어둘래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이래라 저래라 보담
다소 소극적이겠으나 필자의 심정을 헤아려
이랬으면 좋겠다는 정도로 조언하는 것이 나을 듯합니다
안 그래도 어지러운 작금입니다
코렐리님의 댓글

훌륭한 시 잘 읽었습니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정석촌님의 댓글

황금가루를 뿌리며 다가서는 9월의 아침햇살 아래 다시 보니 다녀가신 여러 발자국이 지워졌네요
드맑은 여러 선각님들의 가르침에, 밀착된 다각의 언덕에서 공명합니다
퇴고는 미진한 제 마지막 처방이겠지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