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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당나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2회 작성일 20-09-0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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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길을 오랫동안 걸었습니다
거뭇한 산그늘이 볕을 지우고
초승달 빛이 스며드는 저녁입니다

初生이 비치는 내 무릎에도
단단한 혈청을 맞은 듯
노을을 삼킨 시간이 시퍼렇습니다

웅얼거리는 천체,
보채며 칭얼거리는 바람은
이제 저녁의 소유입니다

별들이 보이는 언덕배기에
달이 태초부터 부른 노래가 들린다지요

강둑마다 무성히 자라는
내가 잡지 못한 세상은
또 다른 당신을 불러올 테죠

초승달이 붇는 시간을 지나면
오래 걷기 힘들 테지만
보름달이 되기 전에 소원을 빕니다
'arbadacarba*, 다시는 기도하지 않아요.'
저녁 구름이 어둠을 잠그고 있습니다

새벽을 깨우기 전
뒤꼍으로 가는
당신의 그림자를 찾고 있습니다

*arbadacarba-주문의 효력을 되돌리는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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