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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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화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66회 작성일 20-09-05 00:06본문
가을 산책
햇살에 굽는 파란 하늘
뭉게구름 떠다니고
낙엽들은 달구어지고 있다
저마다 채 떨구지 못한 옛 상처 하나쯤 지니고 있어
시커멓게 타버린 고등어 껍질 같은 그림자
여기저기 흐느적거린다
생의 중반을 넘은 뼈 빠져버린 세월
햇살로 채우고자 주우러 다니다
벤치에 앉는다
그물처럼 쳐진 거미줄 쳐다보며
많은 이름 그물질해 보지만
체크카드 같은 은행잎 무성한 나무 한 그루 심을
부동산 얻기 위한 발걸음은 계절이 없다
아무 때나 녹슨 파란 대문 두드리며
순이야, 철수야 부를 이름 하나 없어 시린 바람
뻣뻣한 몸통 펴 이리저리 거닐다 들어선
풀밭, 불쏘시개처럼 놓여 있는 들꽃 본다
이 계절도 소리 없이 피우다 사라질 불씨
어쩌면 추위는 내 안에 불씨 없어
하루하루 축축한 성냥개비로 만들었던 것
장작처럼 서 있는 가을 나무
질척한 생 한 계절 석쇠 삼아
스스로 맛깔나게 굽고 있다
2020-09-05 KJS
댓글목록
책벌레정민기09님의 댓글
책벌레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표현의 간결함과
언어의 정갈함이 어머니 품인 듯
따스하게 다가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라며,
시집 《나로도에서》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시화분님의 댓글
시화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예~.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