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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그늘에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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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책벌레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34회 작성일 20-09-05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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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그늘에 들다


  정민기



  오랜 세월 비어 있었는지
  우편함에는 낙엽이 쌓이고 쌓였다
  쭈글쭈글 금이 가 있는 둥근 벽
  푸르디푸른 시절을 감추고 있다
  고스란히 흔적 지키고 서서 문화재 같다
  천장은 하늘을 찌를 듯 높기만 하다
  나는 오늘 밤도 누워서 별을 세느라
  쉽게 잠들지 못할 것 같다
  뚫린 천장으로 빗물이 들이치고
  거미도 무단으로 침입하여
  해먹을 달아매어 쉬고 있었다
  땅거미가 지는 저녁 무렵
  실루엣으로 보이는 낡은 흑백사진
  빗소리 들으며 속으로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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