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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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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창문바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51회 작성일 20-09-06 16:08

본문

편식가/창문바람


배가 고파 시를 먹었다

한 글자마다 담긴 그 시인의 뜨끈한 마음을

줄어들세라 아껴가며 호호 불어먹었다

맛이 어떤진 아무래도 좋았다

그저 사람이 드러낸 마음의 온도가

그게 그렇게 허기를 달래주었다

 

배가 고파도 시를 뱉었다

어느덧 시에서 마음을 찾지 않았고

잉크칠 된 검은 포장지만을 씹었다

쉽게 쓰인 시는 시시하다며 씹다 뱉었고

어렵게 쓰인 시는 질투심에 씹다 뱉었다

잠깐, 쉽다느니 어렵다느니 그런 걸로 시를 나누다니

 

배가 너무나도 고픈데

먹을게 이렇게도 많은데

아무것도 먹으려 하지 않는다

그야 먹어봤자 허기질 테니까

글자 속에서 마음을 찾지 않게 되서

시를 배불리 먹을 수 없다

글 안에서 비아냥댈 기회만 찾게 되서

시를 맛있게 먹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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