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무엇을 바라고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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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습니다. 그대 무엇을 바라고 사는가, 라고.
당신의 삶에 목적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내가 그러하지 않듯이. 그럼에도 굳이 묻는 이유는 다름아닌 내 유전자에 깊게 각인된 회의 때문입니다. 이것을 잊을 수는 있을 겁니다만, 태풍이 지나가면 홍수가 나게 마련이지요. 그때는 세상의 온갖 쓰레기들이 물 위에 두둥실 떠오릅니다. 그게 아니면 쓰레기가 아닌데 쓰레기가 된 것들일지도 모르고요.
더러는 이 존재 자체를 이유라고 합니다. 존재하기 위해서 살아간다고. 나는 그럴 때마다, 그럴 거면 뭐하러 하고 많은 목숨 중에서 하필 인간이 되었던 것인지, 재차 묻습니다. 그러면 또 대답이 인간은 동물이니까, 결국 동물의 한계에서 못 벗어난다 하지요. 하나 퍽 되바라진 녀석인 나는 그런 쓰레기 같은 대답을 원하지 않습니다. 왜 사냐건 웃느냐는, 그런 건 오랜 변명입니다.
구태여 대의가 아니라도 됩니다. 사소한 것이라도 바란다면 좋습니다. 하지만 의식주에 대한 대답이라걸랑 좀 집어치우셨으면 합니다. 그런 건 거적떼기를 입어도, 잔반 찌꺼기를 먹어도, 판잣집도 아닌 골판지 상자에서 살아도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밖의 무엇이든 대답을 했으면 합니다. 지금껏 거기서 벗어난 무언가를 본 적이 통 없으니, 정말 이러려고 인간은 사는 것일까요.
나는 인간이 되고 싶습니다. 나는 아직 동물입니다. 그래서 참고할 만한 예시를 구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온전히 내 것이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습니다. 다만 본능에 얽매임 없이 순수한 인간이란 대관절 무엇인가,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인류의 오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요. 물론 확실치는 않습니다만…….
우습게도, 그 만족이라는 존재조차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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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건달님의 댓글

당신들은 모두 나에게 손가락질했지요. 나는 사생아였고 나도 사생아를 낳아 길렀지요. 나는 가난하였고 생활고에 시달렸으며 공장 직공, 식당 종업원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였으나 나아지질 않았죠. 때로는 화가들과 육체적 관계를 맺는, 일종의 매춘부 취급도 받았습니다. 한때는 나도 곡예사를 꿈꾸었지만, 공중그네에서 추락하여 그 꿈마저도 힘들었어요. 하지만 나는 내 삶에 대해 매우 진지했고 자유롭게 살아왔습니다. 당신은 있는 그대로의 당신의 모습을 바라본 적이 있으신가요? 내가 당신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글쎄요, 있는 그대로 꾸밈없이 인생을 바라보는 눈과 어디로든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는 날갯짓을 꿈꾸시라 말해 주고 싶네요. 언제라도 내가 보고 싶으시면 술 취한 오뜨비엔느 거리의 갈색 머리 소녀를 찾아오세요. 안녕!